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 영향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공조를 통한 응급 처방에 나섰다. 일본은행은 16일 단기 금융시장에 2조5000억엔(약 25조원)의 자금을 전격 투입했으며,미국은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은 전일 금리를 전격적으로 낮춘데 이어 추가 인하를 검토 중이다. 모두 급속한 신용경색에 따른 세계적 금융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선언 이후 신용경색 위험이 높아지면서 월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 카드를 조만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메릴린치는 이날 신용위기 지속과 주택시장 침체,고용 위축에 따른 소비둔화 등으로 인해 FRB가 16일(한국시간 1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출 것으로 전망했다.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의 스튜어트 호프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점점 더 많은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이 16일 FOMC에서 0.25%포인트 또는 0.5%포인트까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 리스크로 금융권에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춰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만약 이번 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하지 않더라도 성명서를 통해 '금융시장에 필요한 조치를 언제든지 취할 준비가 돼있다'는 구절을 삽입,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원유가격이 급락하며 생산자물가가 안정되는 추세인 만큼 FRB 입장에서는 필요할 경우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ECB)도 시장안정을 위해 유동성 지원에 나선 데다 지난 15일 중국 인민은행이 6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도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기준금리인 1년만기 대출금리를 종전 연 7.47%에서 오는 25일부터 7.20%로 0.27%포인트 인하키로 결정한 바 있다. 징 울리히 JP모건 중국담당 대표는 "중국 정책입안자들이 수개월 안에 금리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은 도쿄 금융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아침 도쿄 증시가 열리자 마자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1조5000억엔, 오후에 추가로 1조엔의 자금을 단기 금융시장에 공급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은 총재는 "미국 금융회사들의 상황과 그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적절한 금융시장 조절 등을 통해 시장 안정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