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영향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공조를 통한 응급 처방에 나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은 16일 단기 금융시장에 총 700억유로(약 116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추가 방출했으며 일본은행도 이날 2조5000억엔(약 25조원)의 자금을 전격 투입했다. 미국은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추가 경기부양책 논의가 활발하다. 중국도 전일 금리를 전격적으로 낮춘 데 이어 추가 인하를 검토 중이다. 모두 급속한 신용경색에 따른 세계적 금융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선언 이후 신용경색 위험이 높아지면서 월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하 카드를 조만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의 스튜어트 호프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점점 더 많은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FRB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 리스크로 금융권에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금리를 낮춰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도 거들고 나섰다. 민주당은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달 26일까지 예정된 회기에 500억달러 규모의 2차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2차 부양책에는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주정부 재정 지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추가 부양책을 반대하고 있어 어떻게 결론이 날지 미지수다.

ECB는 이날 리먼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유동성 위기 타개를 위해 총 700억유로에 이르는 자금을 추가 투입했다. ECB는 전날에도 300억유로를 시장에 긴급 방출하는 조치를 취했었다. 영국중앙은행(BOE)도 전날 50억파운드에 이어 200억파운드 규모의 자금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도 도쿄 금융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아침 도쿄 증시가 열리자마자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1조5000억엔,오후에 추가로 1조엔의 자금을 단기 금융시장에 공급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은 총재는 "미국 금융회사들의 상황과 그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적절한 금융시장 조절 등을 통해 시장 안정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한 중국에도 추가 금리 인하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징 울리히 JP모건 중국담당 대표는 "중국 정책입안자들이 수개월 안에 금리를 추가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메릴린치 매각으로 인한 미국 금융시장의 혼돈이 중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