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연극 '은세계'… 100년 만에 화려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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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연극 '은세계'가 100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정동극장이 극단 미추와 공동으로 오는 10월3~19일 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
'은세계'는 1908년 11월15일 지금의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 자리에 있던 극장 원각사에서 처음 막이 올랐다. 12월 초까지 보름 넘게 공연됐으나 언제 막을 내렸는지는 기록에 없다. 현실성이 강하고 당시 사회 상황과 호응을 이뤘다는 점에서 신연극의 효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설 '은세계'를 쓴 이인직이 대본작업까지 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무대는 작가 배삼식씨가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대본을 썼으며,손진책씨가 연출을 맡았다. 당시 공연했던 시나리오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제작진은 소설의 내용에 집중하기보다는 이인직이 이 작품을 쓰게 된 배경에 집중한다.
줄거리도 '은세계'의 원래 내용을 극중극 형식으로 드러낼 뿐이다. 대신 작품을 만들던 당시 광대들의 모습,이인직과 그가 일본으로 떠나면서 버린 조강지처의 대화가 중점적으로 재구성됐다.
이번 작품의 또다른 의미는 한국 최초의 연극을 친일파가 만들었다는 원죄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는 점.'은세계'가 이인직만의 작품이 아니라 당시 광대들과의 공동 작품이었다는 설정으로,이인직이라는 개인에게 과도한 역사적 책임을 묻는 것을 피한다. 광대들의 가치도 부각시킨다. 100년 전의 연극인들도 지금과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예술가로서의 공감대를 만들었다.
이인직은 강원도 일대에 퍼져있던 '최병도 타령'을 바탕으로 소설 '은세계'를 썼다. 대본 작업 외에는 연극에 참여하지 않았으며,연극을 보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연극 '리어왕'의 주연 정태화가 이인직을 연기한다. 배우 김성녀와 김성예 자매가 이인직의 전처와 '은세계' 출연 배우인 허금파를 맡았다.
음악은 국악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아쟁과 대금은 즉석에서 이뤄지는 수성가락으로 연주된다. 무대 배경은 스크린으로 대체할 정도로 최소화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