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美 구제금융의 법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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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 서강대 교수ㆍ경제학 >
며칠 전 158년 전통의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매각됐다. 이들 거대 투자은행의 몰락은 이미 심각한 수준의 신용경색을 더욱 악화시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자산가격 폭락과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지난 3월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유사한 위기에 처했을 때 미 재무부는 정부보증을 약속했고 이에 JP모건이 인수를 결정했다. 지난 주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부실채권문제가 부각됐을 때에도 미 재무부는 신속한 대응책을 강구해 2000억달러 상당의 지원을 결정했다.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이처럼 미국정부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만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구제금융을 신속히 단행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에 미 투자은행 4위인 리먼브러더스의 경우 미국정부는 왜 구제금융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을까. 이는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도 미국정부가 금융위기의 추이를 차분히 조정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이러한 조정의 원칙에 대한 이해가 앞으로 이어질 무수한 위기상황에 대한 미국정부의 대처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금융국장 빈센트 라인하트에 의하면 미국정부는 구제금융지원을 다음 세 가지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첫째는 위기가 되는 근본적 원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시장에 알려졌는가인데 이는 시장에 오랫동안 알려졌을수록 그만큼 위기상황이 시장가격에 이미 반영돼 있어서 구제금융의 필요성이 감소한다고 보는 기준이다. 둘째 기준은 문제의 회사가 얼마만큼 다른 회사들과 복잡하게 상호연관성을 갖고 있는가인데 이는 회사의 파산이 초래할 파급력의 강도를 보는 것이다. 셋째 기준은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금융 전문성 수준이 어떠한가인데 이는 투자자의 금융 전문성이 약한 경우 그들이 부담해야 할 피해액이 상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고 본다.
베어스턴스의 경우 타금융회사들과의 상호 연관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것이고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경우 이들에 투자한 여러 외국당국의 금융 전문성이 약한 편이라 구제금융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비해 리먼브러더스는 세 가지 기준에 해당하는 바가 없어 지원이 안됐다고 볼 수 있다. 대신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시장에 대출요건 완화 및 긴급 유동성 지원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정부가 원칙을 세워 금융시장에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또한 앞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금융회사들의 구제요청에 대해서도 직접적이고 심각한 시스템 위기의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될 경우 민간과 시장의 힘에 맡길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본다.
구제금융은 금융시스템 위기와 파급의 차단이라는 효과가 있는 반면에 그 비용으로는 정부재정 악화,미래세대의 세부담,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이 있다. 현재 미국정부는 한편으로는 금융위기의 파급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과 대책을 강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에 '질서의 회초리'를 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만을 거론하며 구제금융을 반대하거나 또는 금융위기의 파급효과만을 고려해 금융지원에 찬성하는 원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구제금융의 필요성과 비용에 대한 적절하고도 균형 있는 원칙을 세워 금융위기의 재앙을 막고 동시에 그에 대한 장기적인 예방도 취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며칠 전 158년 전통의 미국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매각됐다. 이들 거대 투자은행의 몰락은 이미 심각한 수준의 신용경색을 더욱 악화시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의 자산가격 폭락과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번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지난 3월 미국 5위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유사한 위기에 처했을 때 미 재무부는 정부보증을 약속했고 이에 JP모건이 인수를 결정했다. 지난 주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부실채권문제가 부각됐을 때에도 미 재무부는 신속한 대응책을 강구해 2000억달러 상당의 지원을 결정했다.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이처럼 미국정부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할 만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구제금융을 신속히 단행하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번에 미 투자은행 4위인 리먼브러더스의 경우 미국정부는 왜 구제금융을 끝내 허락하지 않았을까. 이는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현 상황 속에서도 미국정부가 금융위기의 추이를 차분히 조정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이러한 조정의 원칙에 대한 이해가 앞으로 이어질 무수한 위기상황에 대한 미국정부의 대처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금융국장 빈센트 라인하트에 의하면 미국정부는 구제금융지원을 다음 세 가지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첫째는 위기가 되는 근본적 원인이 얼마나 오랫동안 시장에 알려졌는가인데 이는 시장에 오랫동안 알려졌을수록 그만큼 위기상황이 시장가격에 이미 반영돼 있어서 구제금융의 필요성이 감소한다고 보는 기준이다. 둘째 기준은 문제의 회사가 얼마만큼 다른 회사들과 복잡하게 상호연관성을 갖고 있는가인데 이는 회사의 파산이 초래할 파급력의 강도를 보는 것이다. 셋째 기준은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금융 전문성 수준이 어떠한가인데 이는 투자자의 금융 전문성이 약한 경우 그들이 부담해야 할 피해액이 상당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고 본다.
베어스턴스의 경우 타금융회사들과의 상호 연관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것이고 프레디맥과 패니메이의 경우 이들에 투자한 여러 외국당국의 금융 전문성이 약한 편이라 구제금융이 필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비해 리먼브러더스는 세 가지 기준에 해당하는 바가 없어 지원이 안됐다고 볼 수 있다. 대신 파장을 차단하기 위해 금융시장에 대출요건 완화 및 긴급 유동성 지원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정부가 원칙을 세워 금융시장에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또한 앞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러 금융회사들의 구제요청에 대해서도 직접적이고 심각한 시스템 위기의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될 경우 민간과 시장의 힘에 맡길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본다.
구제금융은 금융시스템 위기와 파급의 차단이라는 효과가 있는 반면에 그 비용으로는 정부재정 악화,미래세대의 세부담,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이 있다. 현재 미국정부는 한편으로는 금융위기의 파급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과 대책을 강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에 '질서의 회초리'를 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내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도덕적 해이만을 거론하며 구제금융을 반대하거나 또는 금융위기의 파급효과만을 고려해 금융지원에 찬성하는 원론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구제금융의 필요성과 비용에 대한 적절하고도 균형 있는 원칙을 세워 금융위기의 재앙을 막고 동시에 그에 대한 장기적인 예방도 취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