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9일 판문점에서 북핵 6자회담 경제ㆍ에너지 지원과 관련한 실무협의를 갖는다고 외교통상부가 17일 밝혔다.

이번 실무협의는 북한의 제안으로 전격 성사됐다. 양측은 지난 7월 베이징에서 열린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에 맞춰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이 10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던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ㆍ에너지 지원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6자회담 경제ㆍ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인 우리 정부는 7월 회담 이후 북측에 실무협의 개최를 수차례 제안했지만 북한은 그동안 이에 응하지 않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한의 제안에 일절 응하지 않던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과 핵 불능화 중단으로 어수선한 정국에서 먼저 실무회의를 제안하고 나선 데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확산에 따른 내부 동요를 차단하고 국면을 전환하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만일 북한이 핵시설 복구 등으로 위기지수를 계속 높이려 한다면 이 시점에서 남북 협의에 응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일단 협의가 진행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7월 6자 수석대표회담에서 한국과 중국은 8월 말까지 북한과 비중유 잔여분 제공 방식에 합의하기로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6자 회담 참가국들이 10월 말까지 중유 등의 지원을 완료하기로 했다. 북한도 10월 말까지 핵 불능화 조치를 마무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북한과 비중유 제공 방식에 합의하지 못한 상황이고 북한 역시 핵 불능화 조치를 중단하면서 6자 회담 합의문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었다.

정부당국자는 "북한과 최근 거의 공식적인 접촉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과 실무협의를 하는 것 자체가 6자 회담 진전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긍정적"이라며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비롯해 북한의 내부 사정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협의에는 우리 측에서 황준국 북핵외교기획단장이,북측에서는 현학봉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