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노사가 영업시간을 30분 앞당기는 문제를 놓고 두 달이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추가 수당 지급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노사대표가 영업시간 조정에 대한 얘기를 처음 꺼낸 것은 지난 7월10일 공동임금단체협상(공단협)에서였다. 이날 노사 양측은 영업점 운영시간을 현행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에서 '오전 9시~오후 4시'로 바꾸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일반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의 근무 시작 시간이 오전 9시인 만큼 지점을 찾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영업점 개점 시간도 앞당기자는 취지였다.

표면적으로 노사 양측 모두 이 방안에 찬성했다. 노조는 그러나 사용자 측이 초과 수당 지급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직원들이 30분 더 일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출근시간만 빨라지고 퇴근시간은 사측의 무성의로 지금과 비슷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금융 노조 관계자는 "오후 6시30분 이후 근무에 대해서는 초과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데도 사측은 한 달에 10시간 정도의 추가 수당만 관례적으로 지급해 왔다"고 말했다. 금융노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직원들의 출근시간은 평균 오전 8시20분,퇴근시간은 오후 8시13분이었다.

이에 대해 사용자 측은 "초과 수당 문제는 공단협에서 다뤄져야 할 사안이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은행마다 사정이 있는 만큼 은행별로 합의를 이뤄야지 공단협에서 일률적으로 정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18일 오전 지부장대표회의를 열고 이 사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초과 수당 지급 기준 시간을 현행 오후 6시30분에서 오후 6시로 앞당길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이날 오후 사측과 이 문제에 대한 협의를 재개한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