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社 HBOS 신용등급 떨어져 주가 35% 폭락
소로스 "금융산업 비중 큰 영국 타격 심각할 것"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영국의 금융중심지 시티는 경기침체 징후가 뚜렷하고 부동산가격도 급락하면서 월가의 전철을 밟고 있는 양상이다. 영국 최대 모기지업체인 HBOS가 파산위기 1순위 후보로 거론되면서 유럽 금융의 중심인 런던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유럽 최대 은행인 스위스 UBS가 3분기에 45억달러를 추가 상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를 확산시켰다.

16일(현지시간) 런던증권거래소에서 HBOS 주가는 장중 41% 곤두박질했으나,22%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18% 급락에 이어 이틀간 35.4% 추락한 것이다. HBOS의 폭락은 금융주의 동반 하락을 이끌어 런던 증시 주요 종목으로 구성된 FTSE-100지수도 한때 5000선이 무너졌다. 2005년 6월 이후 3년2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프랑스 CAC40 지수도 이날 2% 급락한 4087로,독일 DAX30 지수는 1.63% 하락한 5965로 장을 마쳤다. 영국 중앙은행이 이날 단기금융시장에 전날의 4배에 이르는 400억파운드(710억달러)를 투입하고,유럽중앙은행(ECB)도 전날 300억유로(424억달러)에 이어 700억유로(991억달러)를 긴급 수혈했지만 대세를 돌려놓지는 못했다.

HBOS가 이날 유럽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등장한 것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HBOS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기 때문이다. S&P는 'AA-'를'A+'로,피치는'AA+'를 'AA'로 각각 1계단씩 낮췄다. 니겔 그린우드 S&P 애널리스트는 "HBOS는 동급의 금융회사에 비해 악화되는 신용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가 덜 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영국의 주택경기 침체는 심각한 실정이다. 부동산가격(FT 주택가격지수 기준)은 8월에도 전달보다 1.3% 떨어지며 1992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보였다. 부동산시장 침체 탓에 HBOS는 올 상반기 순익이 9억3100만파운드(16억5400만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55.9% 감소했다. 특히 HBOS 자산 중 상당 부분이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리먼브러더스와 연관돼 있으며,영국 금융당국이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시장의 우려가 일파만파로 번졌다.

HBOS는 영국 5위 금융회사이지만 고객 수가 2300만명으로 영국의 5가구 중 2가구를 고객으로 두고 있어 파산할 경우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원수는 7만2000여명에 이른다. HBOS는 동종업계의 로이드TSB와 합병 협상이 상당히 진척됐다고 17일 발표했다.

시장의 우려는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를 이날 하루 만에 달러화의 경우 3.1%에서 6.4%로 끌어올렸다. 미국 퀀텀펀드 설립자 조지 소로스는 "영국경제는 금융산업 비중이 높아 다른 나라에 비해 이번 금융위기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UBS도 추가상각 우려로 이날 주가가 17% 떨어지는 등 이틀 연속 급락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더했다. 스위스칸토의 포트폴리오매니저 디이터 윈넷은 "UBS가 3분기에 45억달러를 상각할 것"으로 추정했다. 사빈 워에스너 UBS 대변인은 "연초에 조달한 290억 스위스프랑(258억달러) 덕분에 추가적인 시장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올 들어 세 번째 자금조달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