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에 있는 고등학교에 아들을 이달 초 유학보낸 김모씨(57)는 인근 로스앤젤레스(LA)에 급매물로 나온 저택을 실수요 및 투자목적으로 사려다가 최근 계약을 미뤘다. 그동안 LA 집값이 많이 떨어져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지만 '월가 금융쇼크'로 집값 추가하락이 걱정돼서다.

김씨는 전문가에게 물어본 결과 내년 상반기까지는 미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 같으니 올해는 미국 부동산 투자에 대해 관망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해외부동산 투자 38%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국내 거주자들의 해외부동산 총투자액(신고액 기준) 3억9700만달러 가운데 미국에 투자된 액수는 약 38%인 1억5400만달러로 집계돼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캐나다 투자액(3500만달러)의 4배,중국 투자액(1200만달러)의 12배가 넘는 수치다.

미국 부동산 투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 여파 등으로 지난해에 비해 올해 급감했다. 올해 7월까지의 투자액이 지난해 2분기 투자액(1억6300만달러)에도 못 미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저가 매물을 노리는 수요가 늘면서 하반기 들어서는 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다. 7월 한 달 동안의 거래액이 3400만달러로 1분기 전체 거래액(5700만달러)의 배가 넘는다. 해외부동산 투자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지역은 LA가 가장 많으며 뉴저지와 뉴욕 맨해튼이 뒤를 잇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LA는 최근 3개월 동안 5.49%,인근 샌디에이고는 5.42% 떨어졌으며 뉴욕은 1.15% 하락했다.

◆내년까지 침체 이어질 듯

전문가들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부동산 침체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주택금융 분야 전문가인 조만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미국 주택시장이 현재까지도 바닥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조 교수는 "미국 주택가격은 1998년부터 상승세를 기록해 2006년 중반까지 과도하게 오른 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이에 따른 금융위기로 매수세가 크게 위축돼 있는 상태"라며 "미국 주택 매물 재고량이 과거에는 보통 4개월 정도가 쌓였는데 최근에는 12개월가량이 적체돼 있고 줄어들 조짐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융위기로 미국 서브프라임 시장뿐만 아니라 전체 모기지의 90%에 이르는 프라임 시장에서도 디폴트(지급불능 상태)가 늘어나는 움직임"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A나 뉴욕 저가매물에 주목

전문가들은 대체로 내년 상반기를 미국 부동산의 매수 적기로 꼽았다.

우리은행의 박상욱 해외부동산 투자상담 담당 과장은 "한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내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반면 주택 가격은 내년 2분기나 3분기쯤 바닥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LA나 산업인구가 많은 뉴욕,부동산 침체가 상대적으로 적은 휴스턴이나 댈러스 지역에서 시세 대비 25% 이상 낮은 차압물건에 투자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PB사업본부 부동산팀장은 "우선적으로 내년 상반기에 LA한인타운에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주택을 물색해볼 만하다"며 "2차로는 세계에서 지속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뉴욕 맨해튼 지역 아파트를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

기존 투자자들의 매도 적기로는 내년 하반기 이후가 추천됐다. 이승익 루티즈코리아 사장은 "현재 시점에서 매각하면 추가 가치하락을 감수해야 한다"며 "자금 여력이 있다면 내년 하반기 이후에 매각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j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