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AIG에 구제 금융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7일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락세에 일단 브레이크가 걸렸다. 하지만 세계경기 침체로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유가가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4.56달러(4.8%) 하락한 배럴당 91.15달러까지 떨어져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런던 ICE선물시장의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4.53달러(4.8%) 내린 배럴당 89.71달러를 기록,9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이날 배럴당 5.79달러(6.3%) 떨어진 86.56달러로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 7월 중순 ℓ당 1950원(전국 평균가격)을 넘어섰던 국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17일 현재 ℓ당 평균 1720원 선에 거래됐고,일부 주유소에서는 1600원대로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급락세를 탔던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값은 AIG의 구제금융 뉴스로 급반등했다. 이날 시드니 시장에서 10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3.20달러(3.5%) 오른 94.35달러에 거래됐다. 12월 인도분 금값도 0.9% 상승해 온스당 787.50달러에 거래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위기 국면을 넘겼다는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원자재 가격 급락세가 멈췄으나 다시 급등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앨라론트레이딩의 필 플린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회견에서 "에너지 시장에 약세론이 우세하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가 없으며 세계 경제가 나빠지고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점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