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G 구제 결정에 37P 급반등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AIG 구제금융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40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3월 신용경색 위기 완화로 2개월가량 이어졌던 '반등장'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반등의 폭과 기간은 3월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17일 코스피지수는 37.51포인트(2.70%) 급등한 1425.26에 마감,하루 만에 1420선을 회복했다. 전날 리먼브러더스 관련주로 꼽히며 직격탄을 맞은 증권업종이 5.73% 상승했고 운수장비(6.19%) 건설업종(4.90%)도 큰 폭으로 올랐다. 외국인은 사흘 만에 115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이날 강세는 글로벌 금융쇼크의 진원지인 미국의 상황이 급반전한 데서 촉발됐다. FRB는 AIG에 85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단행키로 해 전날 미 다우지수는 장중 한때 170포인트 이상 빠졌다가 141.51포인트(1.30%) 상승 마감하는 드라마틱한 장세를 연출했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AIG 사태는 미국 금융시스템 위기의 결정판이었다"며 "최악의 국면은 막아야 한다는 정책당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가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망할 기업과 망해서는 안 될 기업의 선을 그어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내 중소형 금융사의 추가 파산과 같은 여진은 있을 수 있지만 금융시스템 붕괴 우려는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최악의 상황을 넘긴 데 따른 안도랠리 성격의 반등세가 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정부가 양대 모기지 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구제한 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돌발 악재만 없다면 안도감이 확산되면서 지수는 좀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눈높이는 낮춰야 할 것이란 진단이다. 김 센터장은 "미국에 이어 지금부터는 유럽과 일본의 소비가 악화되고 내년에는 아시아 이머징마켓도 나빠질 것"이라며 소비 둔화가 반등폭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상황이 급격히 호전되지 않는다면 코스피지수가 1540선을 뚫고 올라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조 센터장도 "올 3월만 해도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경기는 좋은 편이었지만 2분기 고유가 국면을 거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로 확대된 양상"이라고 강조했다. 그 역시 1500선 중반 정도를 박스권 상단으로 봤다.

이 연구위원은 "1500선을 넘으면 매물이 나올 것"이라며 "반등 시 일정 부분 현금화한 후 추가 조정 때 기관 선호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투자종목군)를 조정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