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인 일본도 추진하지 않은 기후변화 관련 기업 규제의 법제화를 밀어붙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계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부의 비전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한국의 경제력이나 기업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성급한 규제가 오히려 기업 경쟁력에 타격을 미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계는 총리실이 18일까지 입법예고한 기후변화대책 기본법에 대해 재고해 달라는 뜻을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등 관련 단체를 통해 정부에 전달했다. 총리실은 산업계의 반발을 감안,19일로 예정된 공청회를 잠정 연기했을 뿐 업계의 의견을 수용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는 일정 배출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자에게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고,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사업자(공공부문 포함)가 배출량을 정부에 보고토록 한 기후변화대책 기본법의 핵심 내용이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이 법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진 데다 배출 허용량 강제 할당의 경우 법안 용역 결과에서도 '시기상조'라는 결론이 난 것이어서 정부가 무리하게 법안을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배출 허용량 강제 할당은 한국의 온실가스 의무감축 여부와 감축량이 결정되는 2009년 말 포스트 교토체제 협상 이후에 구체화하는 게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 이익이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강제로 배출 허용량을 할당하는 방식보다는 정부와 업계가 자발적인 협약을 통해 감축 목표를 설정해 실천하면서 내년도에 본격화할 협상을 준비하는 게 국익에 부합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박영우 원장은 "기본법의 내용들이 국제사회에 한국이 마치 기후변화 대책에 관해서는 앞장서 나가는 선진국으로 비쳐져 실제 협상에서는 능력 밖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질 경우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이어 "대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량에 나서고 있고,중소기업들은 아직 아무런 준비도 안 된 상황에서 구체적인 규제를 법에 담는 것은 시기상조"라면서 "특히 온실가스 총량을 국가별로 감축하는 '교토 방식'으로 국제 협상이 진행될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스스로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