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위기의 불똥이 일본 금융시장으로도 튀고 있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먼브러더스가 일본에서 발행한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 채권)가 디폴트(지급불능) 위기에 처하자 사무라이본드 발행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또 리먼브러더스가 낙찰받았던 국채를 인수하지 못해 일본 국채 발행이 차질을 빚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번 주 들어 도쿄 채권시장에선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추진하던 외국 금융사들이 잇따라 발행을 포기했다. 독일의 도이체방크와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영국 가스회사 내셔널그리드가스 등이 각각 수백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계획했지만 시장 경색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이들이 발행을 포기한 것은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로 사무라이본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리먼브러더스가 발행한 1950억엔(약 2조1100억원)어치의 사무라이본드가 휴지조각이 될 공산이 커지면서 시장 전체가 경색된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일본 정부가 최근 계획했던 국채 중 1287억엔어치가 발행 차질을 빚기도 했다. 도쿄 채권시장에선 국채발행 차질로 인한 일시적 세입결손이 2500억엔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에 돈을 빌려준 일본 은행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리먼브러더스 관련 채권 금액은 총 4000억엔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요미우리신문은 리먼브러더스 채권을 보유한 미쓰이스미토모(1024억엔),미즈호파이낸셜그룹(400억엔),미쓰비시UFJ(286억엔),신세이은행(380억엔),아오조라(600억엔) 등 시중은행들이 거액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