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 대란'오나...제약업계 "만들수록 손해" 생산중단·축소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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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약가 너무 낮게 책정…제조원가에 못미쳐
수술·입원 등 각종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로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받은 기초수액(링거액)이 도입 취지와 달리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의 운용상 허점으로 건강보험 약가가 생산원가보다 낮게 책정돼 기초수액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생산축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칫 기초수액 공급 부족에 따른 의료대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초수액 업계 2,3위 업체인 CJ와 대한약품은 최근 3ℓ들이 '생리식염주사액' 생산량을 각각 70%와 50% 줄였다. 보험약가(2540원)가 제조원가(3700원)보다 훨씬 낮아 만들면 만들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기초수액 생산량의 50%를 점유, 1위업체인 중외제약은 아예 작년 9월부터 이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일선 병·의원에서는 환자들에게 1ℓ들이 제품 3개를 연결해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약품 관계자는 "기초수액 부문의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일단 비주력 제품 감산에 들어갔다"며 "현행 약가체제가 지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 1ℓ들이 생리식염주사액이나 5% 포도당 등 주력 품목 감산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1ℓ들이 '생리식염주사액'의 경우 생산원가는 올 들어 원료값 및 물류비 상승 여파로 1600원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보험약가는 1094원에 머무르고 있다. 13개 단계에 달하는 복잡한 제조 공정을 거친 '의약품'이 홀대를 받는 셈이다. 5% 포도당의 보험약가도 1172원으로,선진 7개국 평균 약가(3740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중외제약은 올 상반기 기초수액 부문(매출 256억원)에서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CJ와 대한약품도 각각 35억원과 25억원의 손실을 봤다.
'퇴장방지 의약품 지정관리 제도'에 따르면 정부는 생산원가 이상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런데 기초수액 사업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은 실거래가 상환제 때문이다.
실거래가 상환제란 의약품의 실제 거래가격이 보험약가보다 낮을 경우 보험약가를 그만큼 깎는 제도.예컨대 A도매상이 보험약가 기준으로 10억원어치의 의약품 100종을 B병원에 공급하면서 실제 납품대금으로 9억원만 받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납품 리스트'에 오른 전체 100종의 의약품에 대한 보험약가가 10%씩 일괄적으로 깎인다.
즉,도매상이 제조원가가 낮은 10~20개 의약품의 납품가를 대폭 낮추는 방식으로 전체 납품가를 떨어뜨렸더라도 납품 리스트에 오른 모든 의약품에 대해 동일한 인하율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개별 의약품에 대한 실제 납품가를 일일이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퇴장방지 의약품의 경우 약값을 깎지 않는 대신 적발된 시점부터 5년 동안 가격 인상을 제한한다. 5% 포도당 등 주력 기초수액 품목들은 바로 이 규정에 걸려 7~8년째 보험약가가 동결된 상태다.
이에 대해 기초수액 3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원가구조상 보험약가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할 수 없는데도 실거래가 상환제를 위반한 도매상의 '납품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초수액에 대한 보험약가를 올려줄 계획은 없다"며 "2011년부터 제약사가 도매상을 통하지 않고 종합병원과 직거래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기초수액이 도매상의 납품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수술·입원 등 각종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로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받은 기초수액(링거액)이 도입 취지와 달리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의 운용상 허점으로 건강보험 약가가 생산원가보다 낮게 책정돼 기초수액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생산축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칫 기초수액 공급 부족에 따른 의료대란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초수액 업계 2,3위 업체인 CJ와 대한약품은 최근 3ℓ들이 '생리식염주사액' 생산량을 각각 70%와 50% 줄였다. 보험약가(2540원)가 제조원가(3700원)보다 훨씬 낮아 만들면 만들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기초수액 생산량의 50%를 점유, 1위업체인 중외제약은 아예 작년 9월부터 이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일선 병·의원에서는 환자들에게 1ℓ들이 제품 3개를 연결해 처방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약품 관계자는 "기초수액 부문의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일단 비주력 제품 감산에 들어갔다"며 "현행 약가체제가 지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 1ℓ들이 생리식염주사액이나 5% 포도당 등 주력 품목 감산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1ℓ들이 '생리식염주사액'의 경우 생산원가는 올 들어 원료값 및 물류비 상승 여파로 1600원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보험약가는 1094원에 머무르고 있다. 13개 단계에 달하는 복잡한 제조 공정을 거친 '의약품'이 홀대를 받는 셈이다. 5% 포도당의 보험약가도 1172원으로,선진 7개국 평균 약가(3740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중외제약은 올 상반기 기초수액 부문(매출 256억원)에서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CJ와 대한약품도 각각 35억원과 25억원의 손실을 봤다.
'퇴장방지 의약품 지정관리 제도'에 따르면 정부는 생산원가 이상을 보장해줘야 한다. 그런데 기초수액 사업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하게 된 것은 실거래가 상환제 때문이다.
실거래가 상환제란 의약품의 실제 거래가격이 보험약가보다 낮을 경우 보험약가를 그만큼 깎는 제도.예컨대 A도매상이 보험약가 기준으로 10억원어치의 의약품 100종을 B병원에 공급하면서 실제 납품대금으로 9억원만 받은 사실이 적발될 경우 '납품 리스트'에 오른 전체 100종의 의약품에 대한 보험약가가 10%씩 일괄적으로 깎인다.
즉,도매상이 제조원가가 낮은 10~20개 의약품의 납품가를 대폭 낮추는 방식으로 전체 납품가를 떨어뜨렸더라도 납품 리스트에 오른 모든 의약품에 대해 동일한 인하율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개별 의약품에 대한 실제 납품가를 일일이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퇴장방지 의약품의 경우 약값을 깎지 않는 대신 적발된 시점부터 5년 동안 가격 인상을 제한한다. 5% 포도당 등 주력 기초수액 품목들은 바로 이 규정에 걸려 7~8년째 보험약가가 동결된 상태다.
이에 대해 기초수액 3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원가구조상 보험약가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할 수 없는데도 실거래가 상환제를 위반한 도매상의 '납품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기초수액에 대한 보험약가를 올려줄 계획은 없다"며 "2011년부터 제약사가 도매상을 통하지 않고 종합병원과 직거래할 수 있는 제도가 시행되는 만큼 기초수액이 도매상의 납품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