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더 좁아지고 흐려졌다. "경제가 어렵다""뭔가 사회도 어수선하고 불안정하다"는 우려가 어제오늘 상황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답답한 가슴이 더 억눌린다는 이들이 많아졌다. 무엇 때문인가? 경기침체의 어두운 터널에서 저 멀리 작은 빛까지 가리는 것 중 하나는 물론 미국발 금융불안이다. 아무리 금융에,경제에 국경이 없어진 지구촌시장이라지만 미국보다 우리 금융시장이 더 크게 흔들리는 현실은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북한서 들려오는 소식도 불편함을 덧보탠다. 김정일 이후 체제에 대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왔나. 다른 나라보다 더 크게 충격받고 더 쉽게 상처받기도 하면서도 우리는 내일을 준비하지 못했다.

사방이 안개인 계곡 밑바닥에서처럼 난관에 처한 지금 역발상을 하자.미래상을 더 연구하고 희망을 찾아보자.시점이 문제일 뿐 경제는 좋았다 나빴다 순환하게 마련이다. 최소한 내년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상반기부터 수도 없이 나왔다. 불황의 안개를 헤치고 촛불시위 때 드러난 틈을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위기 때 한 배 탄 사실부터 자각하며 하나하나 숙제를 점검하자.경제난 극복을 앞당기고 수면 아래에 잠복 중인 사회적 갈등요소를 타개할 방법은 있다.

먼저 우리사회 최대 다수 구성원 모두가 '나의 일'이라 여기는 공통 분모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문제가 해결되면 경제도 함께 풀리게 돼 있다. 그 과정에서 나뉘어진 여론도 자연스럽게 한 줄기로 수렴될 수 있다.

보수도 진보도,수도권도 지방도,불교도 기독교도,사용자도 노조도,여당도 야당도,정부도 사회단체도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는 무엇인가.

바로 청년실업과 고령화사회 대비 문제다. 해결 방식은 이제부터 논의하면 된다. 네델란드식,아일랜드ㆍ스웨덴 모델 등등 뭐라도 좋다. 사회 대통합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것인데 이름과 형식이 문제랴.이미 수명을 다한 노사정위원회를 대신할 노사민정위원회 같은 사회적협의체가 이 문제부터 다룬다면 더욱 효과적이겠다.

새로운 사회구성원,청년들에게 일자리ㆍ먹거리를 주는 것과 우리 모두가 일선에서 물러선 뒤 맞이할 긴 시간을 좀더 안온하게끔 미리 준비하는 일만큼 중요한 게 또 어디 있나. 우리사회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다. 양극화,중산층 붕괴,삶의 질 저하,연금과 의료 개혁 등등 정치인ㆍ언론ㆍ식자들이 한결같이 우려하는 이런 사안들도 이 두 가지 문제와 바로 맞물려 있다.

자살이 20~30대 사망원인 중 1위가 됐다는 며칠 전 통계청 자료는 무엇을 말하는가. 청년백수 문제가 극단적 현상으로 나타난 것 아닌가. 청년과 고령층이 불황의 충격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최근 한국은행의 연구결과('최근 고용부진의 배경과 정책과제')나 한국의 40대가 비슷한 여건의 다른 나라보다 노후준비가 특히 덜 됐다는 보도의 시사점은 또 무엇인가.

공감되는 문제부터 사회적 합의로 한번 풀어보자.민관이,노사가,여야 정당과 사회단체가 우선은 이 두 가지 의제만 놓고 머리를 맞대자.정히 해법 도출이 어렵다면 문제의 심각성에라도 한번 공감해보자.다행히 해결책이 하나씩 나온다면 다른 과제도 그 자리서 계속 논의하자.그 해법이 바로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국론통합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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