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 또 하나의 '콜럼버스 달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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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설비·파이프라인 필요없는 '해상 LNG공장' 세계 첫 개발
90년대 쇄빙유조선 이어 '제2 역발상'…英서 10억弗수주
삼성중공업에서 선박 디자인을 담당하는 기본설계팀은 1990년대 말 '쇄빙유조선'이라는 신제품 아이디어를 냈다. 얼음을 깨고 항해하는 쇄빙선과 기름을 실어나르는 유조선을 합친 배를 만들어 보자는 것.중국과 일본 조선업체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오랜 연구 끝에 2005년 전체 설계를 마무리하고 첫 수주도 따냈다.
기본설계팀은 곧바로 새로운 '비빔밥 선박' 구상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LNG(액화천연가스)선과 뽑아낸 가스를 액화·저장하는 육상설비를 하나로 뭉뚱그린 배를 만들기로 했다. 이름은 'LNG-FPSO'(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라고 붙였다. 아이디어는 간단했지만 막상 설계를 하려니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었다. 3년간의 끈질긴 연구 끝에 결국 '콜럼버스의 달걀'은 세워졌다.
삼성중공업은 18일 연간 170만t 규모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LNG-FPSO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영국의 에너지 기업인 플렉스 LNG사로부터 첫 주문을 따냈다고 발표했다. 선박의 가격은 LNG를 저장하는 하부 선체(4억5900만달러)와 천연가스를 액화·저장하는 상부 선체(5억5000만달러)를 합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넘어선다. 삼성중공업은 2011년 말까지 이 배를 인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바다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할 때 크게 세 단계의 과정이 필요했다. 해상 플랫폼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지로 옮긴 뒤 액화·저장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LNG-FPSO를 이용하면 육상의 액화·저장 설비와 해저 파이프라인을 생략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LNG-FPSO를 통해 천연가스를 생산할 경우 대략 2조~3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앞으로 중·소 규모의 해양 가스전 개발이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매장량 1억t 이하의 중·소 규모 해양 가스전은 전 세계에 24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과도한 투자비 때문에 개발이 미뤄져 왔지만 중국 인도 등의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최근 들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이 첫 건조하는 LNG-FPSO는 2012년부터 나이지리아 서부해상에서 10년간 천연가스를 생산할 계획이다. 다른 해상 천연가스 생산설비와 달리 시속 9노트의 속도로 자체 이동이 가능해 임무 종료 후에는 다른 가스전으로 이동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제3,제4의 '이종 교배' 선박을 준비 중이다. 해상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설비인 드릴십과 원유를 캐내 저장하는 시설을 합친 '드릴링-FPSO',쇄빙선에다 원유저장 설비를 얹은 '쇄빙-FPSO' 등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을 하나로 묶자는 아이디어도 검토하고 있다. 원유를 운반하고 난 뒤 빈 손으로 돌아오는 유조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회항할 때 컨테이너를 실어올 수 있도록 선박구조를 다시 설계하자는 것.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앞으로 다양한 신개념 선박을 개발해 주력 제품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LNG-FPSO 수주로 40개월치에 해당하는 작업 물량을 확보했다. 올해 따낸 선박 수주는 135억달러.드릴십 등 고가의 대형 선박 건조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어서 연말까지 200억달러 규모의 수주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90년대 쇄빙유조선 이어 '제2 역발상'…英서 10억弗수주
삼성중공업에서 선박 디자인을 담당하는 기본설계팀은 1990년대 말 '쇄빙유조선'이라는 신제품 아이디어를 냈다. 얼음을 깨고 항해하는 쇄빙선과 기름을 실어나르는 유조선을 합친 배를 만들어 보자는 것.중국과 일본 조선업체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오랜 연구 끝에 2005년 전체 설계를 마무리하고 첫 수주도 따냈다.
기본설계팀은 곧바로 새로운 '비빔밥 선박' 구상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천연가스를 운반하는 LNG(액화천연가스)선과 뽑아낸 가스를 액화·저장하는 육상설비를 하나로 뭉뚱그린 배를 만들기로 했다. 이름은 'LNG-FPSO'(부유식 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라고 붙였다. 아이디어는 간단했지만 막상 설계를 하려니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었다. 3년간의 끈질긴 연구 끝에 결국 '콜럼버스의 달걀'은 세워졌다.
삼성중공업은 18일 연간 170만t 규모의 LNG를 생산할 수 있는 LNG-FPSO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영국의 에너지 기업인 플렉스 LNG사로부터 첫 주문을 따냈다고 발표했다. 선박의 가격은 LNG를 저장하는 하부 선체(4억5900만달러)와 천연가스를 액화·저장하는 상부 선체(5억5000만달러)를 합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넘어선다. 삼성중공업은 2011년 말까지 이 배를 인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바다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할 때 크게 세 단계의 과정이 필요했다. 해상 플랫폼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지로 옮긴 뒤 액화·저장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그러나 LNG-FPSO를 이용하면 육상의 액화·저장 설비와 해저 파이프라인을 생략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LNG-FPSO를 통해 천연가스를 생산할 경우 대략 2조~3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앞으로 중·소 규모의 해양 가스전 개발이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매장량 1억t 이하의 중·소 규모 해양 가스전은 전 세계에 2400곳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과도한 투자비 때문에 개발이 미뤄져 왔지만 중국 인도 등의 에너지 수요가 늘면서 최근 들어 주목받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이 첫 건조하는 LNG-FPSO는 2012년부터 나이지리아 서부해상에서 10년간 천연가스를 생산할 계획이다. 다른 해상 천연가스 생산설비와 달리 시속 9노트의 속도로 자체 이동이 가능해 임무 종료 후에는 다른 가스전으로 이동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제3,제4의 '이종 교배' 선박을 준비 중이다. 해상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설비인 드릴십과 원유를 캐내 저장하는 시설을 합친 '드릴링-FPSO',쇄빙선에다 원유저장 설비를 얹은 '쇄빙-FPSO' 등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을 하나로 묶자는 아이디어도 검토하고 있다. 원유를 운반하고 난 뒤 빈 손으로 돌아오는 유조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회항할 때 컨테이너를 실어올 수 있도록 선박구조를 다시 설계하자는 것.
김징완 삼성중공업 사장은 "앞으로 다양한 신개념 선박을 개발해 주력 제품으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LNG-FPSO 수주로 40개월치에 해당하는 작업 물량을 확보했다. 올해 따낸 선박 수주는 135억달러.드릴십 등 고가의 대형 선박 건조 협상이 현재 진행 중이어서 연말까지 200억달러 규모의 수주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