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와 통일부 장관이 잇따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확산 차단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 회의에서 "(김위원장 건강 관련) 어떤 정보가 신빙성이 있다하더라도 당사자인 북한이 공식 확인하기 전에 우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관련 정보나 첩보 공개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의 공식적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을 자꾸 언급하는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음해나 적대적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첩보나 정보가 남북관계나 국제관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실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최근 일본 교도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 "문제는 없다"고 밝혀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김 장관은 "더욱이 북한의 붕괴 가능성, 대비 계획 등의 논의나 보도는 남북관계의 악화를 초래해 국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이 문제가 가진 민감성과 중대성을 감안해 철저히 신중을 기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이에 대한 정부 대책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특히 "정부 운영에 있어 공개적으로 얘기할 문제가 있고 얘기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들도 많다.

어느 것이 국익에 맞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정보는 첩보 수집 방법 등에 있어 워낙 민감해 출처 보호가 원칙이며 남북관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이어 "관련국들과 외교접촉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문제가 한반도 정세 및 북핵문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처하고 있다"고만 언급, 구체적 정보에는 함구했다.

외교.통일부 수장의 이 같은 언급은 6자가 참여하는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놓고 북한과 협상해야 하는 부처장들로서 국제적 관행과 향후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9.9절 이후 국정원 등 정부내에서 흘러나온 김 위원장의 신상과 관련한 각종 정보들로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이에 따라 향후 후계구도, 북한 급변사태 대비책 등에 대한 얘기까지 나오면서 북한을 자극하고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이나 중국, 일본 정부 등 관련국들과 비교해 우리 정부가 민감한 북한 정보사항을 너무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일종의 자성도 느껴진다.

이와 함께 '양치질을 할 정도의 건강상태' '부축하면 걸어다닐 수 있을 정도'라는 등 북한 내부를 가까이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는 듯한 발언은 남북관계는 물론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신중한 대외적인 태도와는 달리 김 장관은 이날 "김 위원장과 관련한 정보가 있고, 그것이 매우 중요한 만큼 그것이 무엇을 시사하는 것인지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혀 정부가 '첩보' 수준을 넘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