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3개월 끈 '추경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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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최대 현안이었던 추가경정예산안이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18대 국회의 첫 작품인 '추경 드라마'가 3개월 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여야는 각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한나라당은 '여야 간 윈윈을 이뤄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도 '민생추경 3000억원을 민주당이 해냈다'고 자평했다. 날마다 각을 세웠던 여야가 이날만은 흐뭇한 표정이었다.
과연 국민들도 그럴까. 이날 처리된 추경의 내용을 보면 한나라당이 추석 직전 강행처리하려던 추경안 4조2677억원에 3008억원이 증액된 것이다. 이 중 민주당이 요구한 대학생 학자금 지원용 예산 2500억원은 한나라당이 이미 내년 본예산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다. 실질적인 증액분은 노인시설 난방 유류비와 노인 틀니 지원용 500억여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3개월간 싸운 전과물 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여야가 합의를 이끈 과정도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3당이 지난 17일 추경안 최종 합의를 이루는 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각당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가 참여한 6인이 머리를 맞댄지 한시간 만에 합의문이 만들어졌다. 성난 민심에 놀란 여야가 조금씩 양보한 결과다. 합의사항이 나온 직후 예산결산특위가 열렸고 한시간여 만에 상황은 종료됐다. '예결위가 원내대표 합의사항에 들러리 서는 핫바지냐'며 반기를 드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쿨하고 깔끔하게 처리하자'는 다른 목소리에 묻혔다.
이 정도로 간단히 합의할 사항을 갖고 3개월을 끈 것은 다름아닌 정치 부재에서 기인한다. 172석의 한나라당은 야당을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수의 논리에 빠졌고,총선에서 반토막이 난 민주당은 다수당의 발목 잡기에만 열을 올렸다.
여야가 조금만 정치력을 발휘했다면 단막극으로 끝났을 추경 드라마를 국민들은 지겹게 지켜본 셈이다. 7월에 시행하겠다던 유가 환급금은 연말이나 돼야 지급될 전망이다. 여전히 유가가 불안하고 금융시장 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은 감동도 의미도 없는 국회 드라마를 보는 데 이미 지쳐버렸다.
김유미 정치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
여야는 각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놨다. 한나라당은 '여야 간 윈윈을 이뤄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도 '민생추경 3000억원을 민주당이 해냈다'고 자평했다. 날마다 각을 세웠던 여야가 이날만은 흐뭇한 표정이었다.
과연 국민들도 그럴까. 이날 처리된 추경의 내용을 보면 한나라당이 추석 직전 강행처리하려던 추경안 4조2677억원에 3008억원이 증액된 것이다. 이 중 민주당이 요구한 대학생 학자금 지원용 예산 2500억원은 한나라당이 이미 내년 본예산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다. 실질적인 증액분은 노인시설 난방 유류비와 노인 틀니 지원용 500억여원 정도에 불과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3개월간 싸운 전과물 치고는 너무 초라하다.
여야가 합의를 이끈 과정도 개운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3당이 지난 17일 추경안 최종 합의를 이루는 데는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각당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가 참여한 6인이 머리를 맞댄지 한시간 만에 합의문이 만들어졌다. 성난 민심에 놀란 여야가 조금씩 양보한 결과다. 합의사항이 나온 직후 예산결산특위가 열렸고 한시간여 만에 상황은 종료됐다. '예결위가 원내대표 합의사항에 들러리 서는 핫바지냐'며 반기를 드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쿨하고 깔끔하게 처리하자'는 다른 목소리에 묻혔다.
이 정도로 간단히 합의할 사항을 갖고 3개월을 끈 것은 다름아닌 정치 부재에서 기인한다. 172석의 한나라당은 야당을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하기보다는 수의 논리에 빠졌고,총선에서 반토막이 난 민주당은 다수당의 발목 잡기에만 열을 올렸다.
여야가 조금만 정치력을 발휘했다면 단막극으로 끝났을 추경 드라마를 국민들은 지겹게 지켜본 셈이다. 7월에 시행하겠다던 유가 환급금은 연말이나 돼야 지급될 전망이다. 여전히 유가가 불안하고 금융시장 위기는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은 감동도 의미도 없는 국회 드라마를 보는 데 이미 지쳐버렸다.
김유미 정치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