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코스피 지수의 상승은 미국 정부가 부실채권 매입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로 뉴욕 증시가 급반등했다는 소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을 매입하는 기구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G 등 부실 금융권에 대해 잇따른 긴급 지원을 했음에도 금융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걷히지 않자 미국 정부가 더욱 강력한 해결 방안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구는 지난 1980년대 후반 저축대부조합(S&L) 사태를 처리하기 위해 등장했던 정리신탁공사(RTC)와 유사한 형태로 추진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미 파산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을 대상으로 하는 RFC 형태로 가자는 제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떤 형태든 글로벌 증시에는 일단 긍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화증권 정문석 이코노미스트는 "리먼 파산, 메릴린치 피인수, AIG 정부구제에 이어 모건스탠리까지 파산할 수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데, 현재 금융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타개책이 있다면 제시된 통합구제책 형태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일단 이 같은 형태의 해결책이 논의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금융시장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스트래티지스는 "만약 설립이 진행된다면 경색으로 인해 꼼짝하지 못했던 미국 금융주들에게 부실자산 처리의 물꼬를 터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코스피의 빠른 반등으로 이어져 10%에 가까운 반등을 단기간에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여기에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상황까지 나온다면 유동성 랠리가 진행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수개월간 강한 반등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당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은 좋지 않아 보인다.

정문석 이코노미스트는 "최종 해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부실채권에 대한 적정가격 산정도 쉽지 않으며, 총부실 규모가 적게는 1조달러 많게는 1조5000억~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과거 S&L사태에 비해 4~5배에 달할 만큼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성급한 '환호'는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미국 대형 금융사들의 침몰에 높아진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캐나다중앙은행, 영란은행,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스위스중앙은행 등 6대 세계 중앙은행은 달러화 유동성 확대를 위한 공조에 나서기로 했다.

나라마다 자국의 증시를 살리기 위한 방안도 쏟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증시 거래세율 삭감(매수시 없고 매도시 0.1% 적용)이라는 직접적인 부양책을 내놓은데 힘입어 상하이종합지수가 9% 넘게 끓어오르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일시적으로 주식 공매도를 금지하는 방안의 검토를, 리먼 후폭풍으로 최근 증시를 닫았던 러시아는 금융시장에 약 20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증권선물거래소와 증권예탁결제원이 22일부터 유관기관 수수료를 연말까지 면제하기로 결정하면서 증권사의 거래 수수료 조정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급등락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현재 급등세가 지속될 지 여부에 대한 의심은 아직 남아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감염을 막기 위한 각국의 눈물겨운 노력이 실효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