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문화街] 무대 위로 올라간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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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연극적인 개념인 '제4의 벽'이 존재한다. 관객석을 향해 선 배우를 기준으로 양 옆과 뒤편의 세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실재하는 공간이지만 정면의 벽이 바로 상상 속의 '제4의 벽'인 것이다.
TV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식사 장면에서 사람들이 식탁 한 쪽에만 앉아있는 이유도 넓게 보면 같은 이치다. 사람들은 이 벽을 통해 무대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은밀하게 엿보며 그 상황에 몰입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즉 배우 쪽에서는 불투명한 벽인 반면 관객 쪽에서는 투명한 벽이다.
많은 무대 연출가들은 여러 가지 기법을 도입해서 제4의 벽을 깨는 도전을 꾸준히 해왔다. 관객이 작품 속에 빠져들지 않도록 '이것은 현실이 아닌 연극이다'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는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은 그중 대표적이다. 관객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유도한다거나 무대 전환수를 스스럼없이 노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말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깨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객석을 무대 위에도 설치하는 것이다.
현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재너두'는 패너두석이라는 이름의 객석이 무대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이 좌석은 무대 세트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덩달아 '인간 소품'이 된다. 배우 동선의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시야 장애가 크지만 저렴한 가격과 배우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로 팬클럽 회원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내년에 공연 예정인 '스프링 어웨이크닝' 역시 브로드웨이 공연장 무대 양편에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배우들은 퇴장 후 무대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바로 이들 사이에 있는 자신의 좌석에 앉아서 다음 등장을 기다리는데,이러한 독특한 광경이 속도감 있는 진행과 매끈하게 어우러진다.
물론 이 '벽'이 반드시 깨질 필요는 없다. 사실 절대 다수의 공연은 벽을 통해 '환상'을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이 왠지 수동적인 관람 행위라고 생각이 든다면 무대 위 좌석에서 그 벽을 깨는 모험을 하는 것도 유쾌한 일이 될 것이다.
자신의 모습이 매일 매일 다른 공연의 한 부분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니 말이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
TV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식사 장면에서 사람들이 식탁 한 쪽에만 앉아있는 이유도 넓게 보면 같은 이치다. 사람들은 이 벽을 통해 무대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연기를 은밀하게 엿보며 그 상황에 몰입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즉 배우 쪽에서는 불투명한 벽인 반면 관객 쪽에서는 투명한 벽이다.
많은 무대 연출가들은 여러 가지 기법을 도입해서 제4의 벽을 깨는 도전을 꾸준히 해왔다. 관객이 작품 속에 빠져들지 않도록 '이것은 현실이 아닌 연극이다'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지는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은 그중 대표적이다. 관객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유도한다거나 무대 전환수를 스스럼없이 노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정말 무대와 객석 사이의 벽을 깨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객석을 무대 위에도 설치하는 것이다.
현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재너두'는 패너두석이라는 이름의 객석이 무대 뒤편에 자리하고 있다. 이 좌석은 무대 세트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앉은 관객들은 덩달아 '인간 소품'이 된다. 배우 동선의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시야 장애가 크지만 저렴한 가격과 배우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로 팬클럽 회원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내년에 공연 예정인 '스프링 어웨이크닝' 역시 브로드웨이 공연장 무대 양편에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배우들은 퇴장 후 무대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바로 이들 사이에 있는 자신의 좌석에 앉아서 다음 등장을 기다리는데,이러한 독특한 광경이 속도감 있는 진행과 매끈하게 어우러진다.
물론 이 '벽'이 반드시 깨질 필요는 없다. 사실 절대 다수의 공연은 벽을 통해 '환상'을 만나는 것이다. 하지만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만 봐야 하는 것이 왠지 수동적인 관람 행위라고 생각이 든다면 무대 위 좌석에서 그 벽을 깨는 모험을 하는 것도 유쾌한 일이 될 것이다.
자신의 모습이 매일 매일 다른 공연의 한 부분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니 말이다.
/조용신 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