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지구촌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금융공황…돈줄이 막혔다/부시,위기진화 총력 긴급 성명/6개 중앙은행,달러화 유동성 공동 대응/영국 대출업체 HBOS도 매각/러시아 증시 사흘째 거래 중단' 등 큼직큼직하게 뽑힌 뉴스 매체의 헤드라인이 사태의 심각성을 잘 말해 준다.

미국 2000만 가구의 집을 잃게 만든 '경제 쓰나미'이자 유럽과 신흥 경제국들에 수조 달러대의 손실을 입힌 세기적 금융 공황.우리 시장도 직격탄을 맞아 채권 값이 폭락하고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 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2월 HSBC의 모기지 사업 부실로 수면 위로 떠올랐을 때만 해도 국지적 위기로 간주됐던 이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최근의 리먼브러더스 파산까지 몰고온 원인은 무엇일까.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는 '금융회사들의 느슨한 대출 기준과 도덕적 해이의 확산'을 우선적 원인으로 꼽았다. 저자는 중개인과 대출업체 사이에 얽혀 있는 이해 관계를 단적인 예로 들며 이러한 측면이 모기지시장 부실과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배경이라고 보았다. 그 단초는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과 금융 혁신에 기반을 둔 다양한 위험 헤징 수단의 확보가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대책 역시 신뢰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돈이 오갈 때 상호 신뢰의 중요성,대출 등 신용 제도의 의의와 용도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쉽게 번 돈으로 인한 숙취로 고생하고 있다'는 비유는 그런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자기 집을 갖는다는 소박한 꿈이 금융 시장을 위협하는 근시안적인 탐욕과 맞물리면서 어떻게 좌절되었는지,미국 사회와 경제에 어떤 후유증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그린 책이다. 진정 '욕망의 파티'는 끝난 걸까.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