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서쪽 해안은 빛나는 진주알로 엮은 목걸이 같다. 꽃지,바람아래,밧개,샛별 등 이름도 예쁜 해변이 유려한 해안선을 수놓는다. 각각의 해변은 좋은 낙조 포인트다. 하루 일과를 마친 해가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며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인다. 썰물로 드러난 갯벌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장면도 놓치기 아깝다. 계절과 날씨에 상관없이 몰려드는 '디카족'들이 이해된다.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해의 각도에 따라 풍광도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니 그 자리에 있어도 다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일몰은 꽃지,일출은 안면암=안면도의 꽃지해수욕장은 본래 해변을 따라 해당화와 매화꽃이 많이 피어 있어 '화지해수욕장'으로 불리던 곳이다. 가을과 겨울 꽃을 볼 수 없어도 백사장의 모래가 유난히 고와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이 예쁘다. 모래사장이 단단해 구두를 신고 걸어도 발이 빠지지 않아 산책하기에도 좋다.

꽃지해수욕장에는 국가 지정 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된 할미·할아비 바위가 있다. 이왕 일몰을 보기로 작정했다면 이들 바위 사이로 해가 넘어갈 때까지 기다리자.방포항과 꽃지 해수욕장 사이에 있는 꽃다리가 그 장소로 제격이다. 꽃다리는 일몰 무렵이면 사진 작가와 사진 애호가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이 붐빈다.

안면도에서는 안면암의 일출을 최고로 친다. 4층 건물인 안면암 절집보다는 그 위에서 보는 해돋이를 기대해야 한다. 아래 갯벌에 쌍둥이 섬인 조구널 섬으로 이어진 200m 길이의 부교 위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일몰과 일출을 한자리에서 보고 싶다면 안면도 최남단인 영목항이 좋다. 백사장항에서 꽃지해수욕장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도 멋진 경험이다. 한쪽에는 바다가,다른 한쪽에는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안면도 자연휴양림의 소나무숲=안면도 소나무는 따로 '안면송'이라고 불린다. 유전 형질이 강원도 금강송과 유사하나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자생하면서 나름의 특성을 띠게 됐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해수욕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안면도자연휴양림이 있다. 안면송 향기 그윽하게 퍼지는 곳이다. 11㏊에 조성된 수목원지구에는 한국전통정원을 비롯해 13개 자생식물원이 들어서 있다. 아산정원은 정자,누정,백제시대 모습의 연못 등 한국미가 넘치는 정원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담양의 소쇄원,보길도 부용동 원림 등과 닮았다. 늦가을의 정취를 즐기기에 아쉬움이 없다.

안면송을 제대로 구경하고 싶다면 안면읍에서 남쪽으로 2㎞ 떨어진 승언리 소나무 숲이 좋다. 603번 지방도로 바로 옆 서향 구릉지에 넓게 퍼져 있다. 늘씬하게 솟아오른 소나무를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대하,새조개 등 가을 맛기행=간월도 간월암은 낙조뿐 아니라 인근 포구에서 잡힌 굴과 새조개 맛으로도 유명하다. 새조개는 살집이 크면서도 부드러워 통째로 물에 데쳐 먹거나 구워 먹는다. 포장마차에선 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를 많이 낸다. 조개로 우려낸 국물에 칼국수를 삶아먹는 것도 별미다.

10월3~18일 16일간 안면도 백사장항에서 '제9회 안면도 백사장 대하축제'도 열린다. 축제기간에는 대하 외에 꽃게,전어,전복,우럭 등 제철을 맞은 가을 해산물을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늦가을 팬션여행=여름 성수기가 끝난 뒤인 9월에는 안면도 팬션을 부담 없는 가격에 예약할 수 있다. '바다가 쓴 시'는 서해 낙조를 객실에서 감상할 수 있어 인기다. 펜션 앞에 펼쳐진 넓은 정원에서 바다까지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객실 내부에는 페인트로 그린 벽화와 소품들이 어우러져 있어 마치 갤러리를 찾은 느낌도 든다. '팝 아트''럭셔리 소품''이국적 분위기' 등 취향에 따라 객실을 선택할 수 있다. 성수기 16만~30만원이며 비수기는 주중 9만~18만원,주말 13만~25만원.국내여행정보 사이트인 캐빈스토리(1577-6588)에서 예약 가능하다.

안면도=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