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vo! My life] 장관의 수첩 속엔 꼬깃꼬깃 접은 두 편의 詩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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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향한 애정이 절실해서일까. 그는 공무원인 동시에 시인이기도 하다. 2001년 80여편의 시를 담은 '강물은 바람따라 길을 바꾸지 않는다'(나비출판)라는 시집을 내고 정식으로 등단했을 정도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의 시를 좋아하는 '마니아'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몸담은 지 올해로 31년째를 맞는 공무원에게서 시인의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
시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었을까. "조선시대 '다선(茶仙)'으로 유명한 초의 선사(본명 장의순)가 먼 조상입니다. '동다송'이란 시집을 냈을 정도로 시에도 소질이 있으셨던 분이죠.아마도 그분의 피가 저에게도 흘렀는지 초등학교 때부터 글을 쓰는 게 마냥 좋았어요. " 그가 시에 대한 애정을 꽃피운 것은 고등학교(경기고) 때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서울지역에서 문학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들의 연합 서클인 '서우회'에 가입했다. 이철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최시한 숙명여대 교수 등이 당시 같이 활동했던 멤버들이다. 그 후 문학도의 길을 걷지는 않았지만 대학(서울대 사회학과) 시절과 30년 넘게 몸담은 공직생활 내내 시는 그의 삶의 활력소였다.
"사실 공무원이 시를 쓴다고 하면 주변의 시선이 고울 리 없잖아요. 일은 안하고 한가롭게 시나 쓴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죠.그래도 일하는 중에도 시상이 떠오를 때면 짬을 내 노트에 적어두곤 했어요. " 장 장관은 그렇게 모아둔 시상을 엮어 2001년 국방대학원에 1년간 파견근무를 나갔을 때 시집을 냈다. '시 쓰는 공무원'으로 알려진 것도 그때부터였다. 소문이 나면서 좋은 인연도 많이 맺었다.
"작년 초 이만의 현 환경부 장관이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을 그만두고 난 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전ㆍ현직 공무원들의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죠.그래서 만든 게 '사민문학회'입니다.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의미로 '사민(事民)'이라 이름 지었죠.이 장관과 이규형 주 러시아대사,이상규 국립국어원장 등 쟁쟁한 분들이 많았는데 제가 당시 '현역'(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이란 이유로 졸지에 회장을 맡게 됐어요. "
시인 특유의 감수성은 오랜 공직생활을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시인과 공직자가 지닌 '업(業)'의 성격은 같다고 말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람과 자연,사물을 한꺼풀 벗겨내고 깊숙이 숨어 있는 본질을 끄집어내는 일입니다. '맥'이나 '결'을 찾아 언어로 표현한다는 얘기죠.공직자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꼭 필요한 정책의 '결'을 짚어내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린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죠."
장 장관이 지난 8월 초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된 뒤 짬이 날 때마다 전국 곳곳의 농업 현장을 찾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농업의 '결'을 찾는 일인 셈이다.
요즘 떠오르는 시상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하루 종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시상을 떠올릴 겨를이 없어요(웃음).예전에는 나무를 보면 시상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농업정책을 어떻게 만들것인가만 생각나요. 아마도 당분간은 농업이 저의 시상일 것 같습니다. "
글=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시와의 인연은 어떻게 맺었을까. "조선시대 '다선(茶仙)'으로 유명한 초의 선사(본명 장의순)가 먼 조상입니다. '동다송'이란 시집을 냈을 정도로 시에도 소질이 있으셨던 분이죠.아마도 그분의 피가 저에게도 흘렀는지 초등학교 때부터 글을 쓰는 게 마냥 좋았어요. " 그가 시에 대한 애정을 꽃피운 것은 고등학교(경기고) 때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서울지역에서 문학에 관심이 많은 고등학생들의 연합 서클인 '서우회'에 가입했다. 이철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최시한 숙명여대 교수 등이 당시 같이 활동했던 멤버들이다. 그 후 문학도의 길을 걷지는 않았지만 대학(서울대 사회학과) 시절과 30년 넘게 몸담은 공직생활 내내 시는 그의 삶의 활력소였다.
"사실 공무원이 시를 쓴다고 하면 주변의 시선이 고울 리 없잖아요. 일은 안하고 한가롭게 시나 쓴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죠.그래도 일하는 중에도 시상이 떠오를 때면 짬을 내 노트에 적어두곤 했어요. " 장 장관은 그렇게 모아둔 시상을 엮어 2001년 국방대학원에 1년간 파견근무를 나갔을 때 시집을 냈다. '시 쓰는 공무원'으로 알려진 것도 그때부터였다. 소문이 나면서 좋은 인연도 많이 맺었다.
"작년 초 이만의 현 환경부 장관이 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을 그만두고 난 뒤 문학에 관심이 있는 전ㆍ현직 공무원들의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했죠.그래서 만든 게 '사민문학회'입니다. 공무원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의미로 '사민(事民)'이라 이름 지었죠.이 장관과 이규형 주 러시아대사,이상규 국립국어원장 등 쟁쟁한 분들이 많았는데 제가 당시 '현역'(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이란 이유로 졸지에 회장을 맡게 됐어요. "
시인 특유의 감수성은 오랜 공직생활을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시인과 공직자가 지닌 '업(業)'의 성격은 같다고 말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람과 자연,사물을 한꺼풀 벗겨내고 깊숙이 숨어 있는 본질을 끄집어내는 일입니다. '맥'이나 '결'을 찾아 언어로 표현한다는 얘기죠.공직자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꼭 필요한 정책의 '결'을 짚어내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린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겠죠."
장 장관이 지난 8월 초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된 뒤 짬이 날 때마다 전국 곳곳의 농업 현장을 찾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 농업의 '결'을 찾는 일인 셈이다.
요즘 떠오르는 시상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하루 종일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시상을 떠올릴 겨를이 없어요(웃음).예전에는 나무를 보면 시상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농업정책을 어떻게 만들것인가만 생각나요. 아마도 당분간은 농업이 저의 시상일 것 같습니다. "
글=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