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9일 불능화 중단 및 핵시설 복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특유의 '압박전술'을 가속화했다. 이와 함께 김정일 건강이상설을 '나쁜 사람들의 궤변'으로 일축하는 등 체제 내부의 공고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이날 판문점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경제ㆍ에너지 지원과 관련한 남북실무협의에 앞서 불능화 중단 및 핵시설복구 문제와 관련,"복구 사업을 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 복구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나 같다"고 말했다.

북측 수석대표인 현 부국장은 이어 실무협의 기조발언을 통해 미국의 자국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유보 조치와 미국이 요구하는 검증체계 구축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과 관련,"우리 나라 일이 잘 되지 않기를 바라는 나쁜 사람들의 궤변"이라며 "그런 소리 아무리 해봐야 놀라지 않을 것이고 일심단결이 깨지지 않는다"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의에 답하면서 "(북한은) 핵시설 무력화 작업을 중단하였으며 얼마전부터 영변 핵시설들을 원상복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의 본성이 다시금 명백해진 이상 우리는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으며 우리대로 나가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우리 측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행동과 행동 원칙에 따라 각측의 경제ㆍ에너지 지원 의무를 다하고자 하고 있다"면서 "검증문제가 진전이 되고 불능화와 경제ㆍ에너지 지원이 계획대로 이행돼 2단계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은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다음 회담 날짜나 경제ㆍ에너지 지원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의를 끝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접촉이 끝난 뒤 "불능화가 어떻게 되면 우리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안했지만 7월 합의에서 불능화와 에너지 지원이 연계돼 있다는 것을 북한 측도 잘 알고 있다"고 말해 향후 에너지 지원이 중단될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직접 만나서 (북한 입장을) 확인하고 정확하게 알게 된 것은 하나의 소득"이라면서 "북한 측이 에너지 실무그룹 의장국으로서 우리 역할에 대해 평가를 해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런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측이 6자 틀내에서 우리와 협의를 했고,전체적인 6자 프로세스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