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뒀던 영국계 은행 HSBC가 돌연 인수를 포기했다. KB금융 하나금융 농협중앙회 등 국내 은행들은 외환은행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 채비를 갖추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HSBC는 "세계 금융시장의 최근 자산가치를 포함한 모든 관련 요소를 고려해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계약을 종결했다"며 "따라서 지난해 9월3일 발표된 계약조건에 따른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19일 발표했다.

HSBC는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02%를 60억1800만달러(약 6조원)에 사들이기로 계약을 맺었으며 지난달 11일 금융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인수 승인 신청서를 새로 작성해 제출했다. 금융위는 HSBC가 외환은행의 최대주주가 될 자격에 흠결 요인이 없다고 보고 조만간 승인할 방침이었다.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한 것은 세계 금융시장 붕괴로 유수의 금융회사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로컬은행을 막대한 금액을 주고 사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HSBC가 세계 시장 상황을 감안해 인수 가격을 낮추려 했으나 론스타와 가격 재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포기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HSBC가 계약을 파기하고 본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준동/정재형/이태훈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