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락장에서 30조원이 넘는 공매도에 나섰던 외국인이 19일 주식 매수에 적극 나서 주목된다. 외국인은 주가가 급반등하는 양상을 보이자 이미 대차거래로 빌린 주식을 상환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물량을 확보하려고 쇼트커버링(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매수)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이 증시 안정을 위해 전격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키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도 공매도를 제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외국인의 주식 매입을 재촉했다는 분석이다.

◆대차잔액 상위종목 일제히 급등

이날 코스피지수는 뉴욕증시 급등에 힘입어 4.55%(63.36포인트) 오른 1455.78로 마감됐다.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선물가격이 5% 이상 오른 상태가 5분간 이어지면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사이드카도 올해 네 번째로 발동됐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47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 5월28일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특히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4542계약(4296억원)을 사들여 한 달 만에 선물과 현물시장에서 동시에 순매수를 나타냈다.

외국인의 이례적인 주식 매입은 주가가 크게 오르자 이미 대차거래를 통해 빌린 주식을 서둘러 갚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주가가 급등해 주식을 빌렸을 때보다 높아지면 손실을 보기 때문이다.

실제 대차 물량이 많은 주요 종목들에 대해 외국인의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전날까지 대차 잔액이 3조5931억원으로 가장 많은 포스코의 경우 씨티그룹 창구를 통해 10만여주의 매수 주문이 나와 전량 체결됐다. 모건스탠리,UBS,크레디트스위스 창구에서도 각각 6만주 이상의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이 같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대량 매수 주문 덕에 포스코 주가는 8.73% 급등했다.

대차 잔액이 2조원이 넘는 LG전자도 모건스탠리 창구에서 95만여주, 크레디트스위스와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서도 각각 20만주 안팎의 '사자' 주문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LG전자 주가는 11.46% 올라 단숨에 10만원 선을 회복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차 잔액 비중이 높은 종목들도 10% 안팎의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리먼의 대차물량도 매수주문 대기 중

미국 본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리먼 브러더스의 대차 물량도 상환되고 있어 주목된다. 대차거래를 중개한 증권예탁결제원은 리먼이 담보로 맡긴 주식을 처분해 이날부터 대차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리먼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160여만주의 주식을 국내 9개 금융사로부터 빌렸다. 종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차 규모는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종형 증권예탁결제원 파생업무부 팀장은 "9개 금융사가 지난 16일 리먼 측에 빌려간 주식을 갚으라는 대차주식 상환 요구를 했으나 리먼이 기한인 18일까지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중개기관인 예탁결제원이 리먼이 담보로 제공한 주식을 판 대금으로 해당 주식을 매입해 이달 23일까지 갚아야 할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예탁결제원은 22~23일 중 이 물량을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과 영국이 공매도를 금지키로 함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공매도를 제한할 공산이 커 외국인의 쇼트커버링이 앞으로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종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LG전자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등 이날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의 공매도 상위 20개에 포함된 주식들"이라며 "증시의 안도랠리가 이어지고 공매도 제한 조치 등이 나오면 외국인의 쇼트커버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