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연일 요동을 치면서 국내 증시와 외환시장도 하루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하루 만에 많게는 90포인트,원ㆍ달러 환율도 달러당 50원이나 오르고 내려 다음날은 어떻게 변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코스피지수는 뉴욕증시가 3.8% 급등한 데 따라 개장 초부터 강세를 보여 63.36포인트(4.55%) 급등한 1455.78에 마감,1주일 만에 1450선을 회복했다. 상승률은 올 들어 두 번째로 높았으며 상승폭으로는 사상 일곱 번째 기록이다. 장중에는 72포인트나 올라 32포인트 떨어졌던 전날과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변화를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도 13원60전 내린 1139원7전에 마감돼 37원 이상 올랐던 전날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이 같은 국내 금융시장의 급변동은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미국발 신용위기가 불거진 이후 연일 계속돼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6일 증시가 사흘을 쉬고 문을 열자 코스피지수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미 다우지수가 4% 넘게 급락한 데 따라 장중 100포인트 넘게 빠졌다.

그러나 16일 밤 AIG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8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는 '반짝' 희소식이 들려오자 다음날 상황은 돌변했다. 코스피지수는 37포인트 오르고 원ㆍ달러 환율은 이번에는 반대로 10년6개월 만에 최대인 44원 떨어지며 1116원으로 내렸다.

그렇지만 다음날인 18일 국내 금융시장은 천당에서 지옥으로 바뀌었다. 뉴욕증시가 AIG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를 중심으로 급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코스피는 60포인트 가까이 추락했고 원ㆍ달러 환율은 37원 이상 치솟았다. 채권시장까지 요동쳐 3년짜리 국고채 금리 상승폭은 2003년 3월 SK글로벌 사태(0.51%포인트) 이후 최고치인 0.29%포인트나 됐다. 미국발 신용 위기가 국내로 파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미국만 바라보는 '천수답' 장세를 연출하자 투자자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때 1억원이 넘었던 투자자금을 절반가량 까먹어 5000만원대로 줄어든 김형욱씨(가명ㆍ46)는 "요동치는 글로벌 금융시장 때문에 자다가도 새벽에 일어나 미국 CNN 방송을 켜 볼 정도로 하루하루를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부인 신형희씨(가명ㆍ36)는 큰 손실이 난 펀드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할 정도다. 신씨는 "지난해 중국펀드에 가입한 후 잠시 재미를 봤지만 이제는 거꾸로 30%를 까먹어 손실금액이 1000만원을 넘고나니 환매도 못 하고 냉가슴을 앓고 있다"고 허탈해했다.

매일매일이 불안하기는 증시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시장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시장 전망이 어느 때보다 어렵고 괴롭다"며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에게 단지 투매에 동참할 때가 아니라는 조언만 해주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