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제9회 한경 기업사랑 음악회'는 120분 내내 관객들을 감동과 전율로 이끌었다. 엄선된 아리아와 서곡,간주곡들이 이어질 때마다 관객들은 쉴새없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서울시향 갈라 콘서트'라는 제목의 이번 음악회는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경제TV가 주최한 대규모 공연.지휘자 최선용，성악가 이정원과 김향란，바이올리니스트 데니스 김 등이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췄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 연주로 막을 연 1부에서 현악 파트가 강점인 서울시향은 풍성한 현악 연주의 진수를 보여줬다. 단원들은 노련하면서도 편안한 연주로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의 서곡에서는 지휘자 최선용의 힘있는 곡 진행이 돋보였다. 힘차게 휘몰아치면서도 첼로가 중심을 잡도록 도왔다.

1부의 하이라이트는 바이올리니스트 데니스 김의 비발디 협주곡 '사계' 중 '여름'과 '겨울'이었다. 그는 섬세한 바이올린 선율로 애절한 곡조와 격정적인 선율을 오가며 객석을 휘어잡았다. 현악단과의 호흡도 완벽했다. 첼로와 주고 받으며 연주할 때는 유연하면서도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2부에서는 테너 이정원과 소프라노 김향란이 애틋한 아리아로 객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정원은 소름돋을 만큼 청량하면서도 힘있는 목소리로 '토스카'에 나오는 '별은 빛나건만'과 '투란도트'의 하이라이트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렀다. 고음으로 올라갈 때 머뭇거림도 없었으며 감정의 선도 놓치지 않았다.

소프라노 김향란은 오페라 '나비부인' 중 '어느 개인 날',오페라 '운명의 힘'에 나오는 '주여 평화를 주소서'를 불렀다. 두 곡 모두 높낮이가 심할 뿐 아니라 비극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어 소프라노가 부르기 까다로운 작품.김향란은 특유의 화려한 음색으로 훌륭하게 곡을 소화했다.

서울 시향은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과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으로 관객들의 긴장을 풀었고 마지막에는 하차투리안의 발레모음곡 '가이느'에 나오는 '칼의 춤'으로 화려한 막을 내렸다. 예기치 못한 앙코르곡도 객석의 흥을 더했다. 두 성악가는 레하르의 오페라 '유쾌한 미망인'에 나오는 듀엣곡 '입술은 침묵하고'를 불렀다. 감미로우면서도 가슴 저릿한 분위기가 가을밤과 어우러졌다. 서울시향은 헝가리 무곡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관객들은 익숙한 곡이 나오자 흥겨워했고 곡이 끝나자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공연을 본 회사원 부부 이명진씨와 김택수씨는 "프로그램이 너무 좋아 차 안에서 곡을 미리 듣고 왔다"며 "기대했던 것보다 분위기가 좋아 앞으로 이런 공연이 더 많이 열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