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죄수 5명의 탈옥기가 오프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렸다.

1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뉴욕 유니언스퀘어 극장에서 한국의 비언어극 '브레이크 아웃' 공연이 시작됐다. '브레이크 아웃'은 탈옥을 시도한 죄수 5명이 감옥,병원,성당 등을 거치며 벌이는 사건을 비보이 댄스를 통해 코믹하게 보여주는 공연.비언어극 '점프'의 김경훈 프로듀서가 연출을 맡아 ㈜세븐센스에서 제작한 작품이다. 지난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피크닉'이라는 제목으로 초연된 '브레이크 아웃'은 지난해 말부터 국내 전용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9일 유니언스퀘어 극장에 마련된 350석은 현지 평론가와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배우들의 현란한 팝핀과 경쾌한 비트박스,코믹한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배우들이 목 아래 작은 인형의 몸통을 붙이고,마치 사람 얼굴이 달린 인형처럼 코믹하게 움직이는 탈옥 장면이 특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약 90분간의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평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남자 친구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 소냐 사이씨는 "배우들이 힘차게 육체를 움직이며 보여준 역동적인 춤과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언어를 통하지 않고서도 웃음을 주는 점이 좋았다"고 평했다.

미국 마케팅을 맡고 있는 공연마케팅 전문회사 EMG(Eliran Murphy Group)의 바버라 엘리란 대표(62)는 "기존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유머와 서커스를 보는 듯한 몸동작을 갖춘 독특한 작품으로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유년기에 '브레이크 아웃'을 접한 자녀들이 성장해서 다시 이 공연을 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브레이크 아웃' 이전에도 '난타''점프' 등 한국 공연들이 오프 브로드웨이에 진출했지만 '브레이크 아웃'은 다음 달 12일까지 4주간 트라이 아웃(try out:본공연에 앞서 작품을 다듬는 준비과정) 개념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세븐센스 측은 이번 4주 공연을 통해 '브레이크 아웃'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하고,문제점 보완을 거쳐 장기공연 돌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쇼앤아츠의 한경아 대표는 "이젠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다'는 사실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내야 할 때"라며 "이번 시도를 통해 공연 자체의 성공뿐만 아니라 오프브로드웨이에 진출하고 성과를 거두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요령과 방법까지 획득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뉴욕=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