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에 이어 제약업계 '넘버 2' 자리를 놓고 경합 중인 유한양행과 한미약품,대웅제약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전 임직원에게 기본급의 150~200%에 이르는 금액을 가을 정기 상여금으로 지급했다. 이는 지난해 지급률(100~150%)보다 50%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과장급 이상 연봉 계약자는 150%를,생산직을 포함한 대리급 이하 직원은 200%를 각각 받았다. 뛰어난 성과를 낸 직원은 이와 별도로 두둑한 인센티브까지 챙겼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연말에는 더 많은 성과급을 받자'며 서로를 독려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올 상반기 '메로펜'(항생제) 등 전문 의약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2882억원)과 영업이익(400억원)이 각각 23.4%와 15.5% 증가하며 2년 만에 업계 2위(매출액 기준)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8월 원외처방조제 매출(약국에서 판매된 전문 의약품 매출)도 업계에서 가장 높은 28.2%의 성장률(작년 8월 대비)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유한양행을 제치고 업계 3위로 올라섰던 대웅제약은 '최악의 가을'을 보내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증가율이 13.3%에 그친 데 이어 비만 치료제 '엔비유'를 둘러싼 잇단 '헛발질 마케팅' 탓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약사들을 대상으로 비만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하려다가 "약사가 국민들을 상대로 다이어트 상담 및 처방을 해주는 것은 불법 진료 행위와 다름없다"는 의사들의 반발에 밀려 사업을 접어야 했다.

게다가 엔비유는 '전문 의약품은 일반인 대상 광고를 할 수 없다'는 현행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판매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을 위기에 처한 상태다. 악재가 겹치면서 8월 원외처방조제 매출도 마이너스 성장(-2.3%)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개인별 실적에 따른 성과급만 받을 뿐 유한양행처럼 예년보다 많은 보너스를 전 임직원에게 주길 기대할 만한 분위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 매출은 2702억원으로 작년 동기(2338억원)에 비해 15.5% 늘었지만 영업이익(387억원→355억원)은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미약품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개량신약 개발 전략이 정부의 강력한 약가 인하 정책을 계기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방안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