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긴급 발표한 부시 정부의 구제책을 놓고 '립스틱 바른 돼지'가 될 것인가,아니면 '복(福)돼지'가 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일고 있다.

일단 이번 대책에는 복돼지가 될 만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무엇보다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미 정부가 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해 처리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이는 저축·대부(S&L) 조합 사태시 정리신탁공사(RTC)를 설립 처리하는 방안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다.

과거 신용위기 국가들의 경험을 보면 이번처럼 부실채권을 직접 처리하는 조치가 나와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면 금융위기는 종착역에 다다르고,일정한 시간이 경과된 후 자산시장과 실물경기가 따로 노는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주가를 비롯한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아직도 '립스틱 바른 돼지'가 될 수 있는 요인은 많다. 부실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고,파악된 부실채권도 종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규모라는 점에서 어려운 국면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시각이다.

어느 시각대로 증시가 움직일 것인가는 궁극적으로 기초 변수인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뉴욕 월가에서는 부시 정부의 긴급구제책이 발표된 이후 두 가지 경기논란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나는 이번 경기가 언제 회복될 것인가 하는,이른바 '단기경기 저점' 논쟁이다.

현재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기관 중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내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는 회복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과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이번 경기침체가 최소한 내년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2010년 이후 미국과 세계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중장기 경기 사이클' 논쟁이다.

버블론의 저자인 해리 S 덴트는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10년 이후 경기가 장기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오래 전부터 전망해왔다. 반면 미국의 와튼스쿨 교수인 제라밀 시겔 등은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 인도 등에 의해 2010년 이후에도 세계경기가 지탱해 나갈 수 있다는 글로벌 해법을 제시해 덴트의 비관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월가 쇼크 이후 벌어지고 있는 단기 경기저점 논쟁과 중장기 경기 사이클 논쟁을 조합하면 ①내년 하반기부터 회복한 경기가 2010년 이후에도 지속되거나 둔화된다고 하더라도 주가 흐름에 가장 적합하게 경기가 연착륙될 것이란 '장기 낙관' 시나리오 ②내년 하반기부터 회복한 경기가 2010년 이후에는 다시 침체될 것으로 보는 '단기 낙관' 시나리오 ③2010년 이후에나 경기회복이 가능하다는 '단기 침체' 시나리오 ④이번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가 2010년 이후까지 연장된다는 '중장기 침체' 시나리오 등 네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온다.

이번 경기 저점 논쟁을 불러일으킨 모기지 사태와 경기 사이클 논쟁의 주원인인 인구통계학적 관점에서 미국경제의 위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번 대책이 립스틱 바른 돼지냐 복돼지가 되느냐가 결정될 수 있다.

일단 모기지 사태와 관련해서는 미국경제의 복원력,미국 정부의 신속한 정책대응을 감안하면 시기가 문제지만 경기 자체는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갈수록 글로벌화가 급진전되는 시대에 있어서는 2010년 이후 미국 중심의 장기 침체설은 국가 간 인구이동과 상호 경제 의존도에 의해 충분히 보완이 가능한 문제다.

현 시점에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펀드에 가입하는 것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