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옵션 키코(KIKO)로 환헤지를 하려다 계약금의 몇배에 달하는 손실을 보게 된 한 중견기업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130여 중소기업들은 계약 상대방인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인가 하면 여야 정치권에서까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에 문제된 태산LCD를 비롯해 키코 계약으로 인해 손실을 보게 된 기업들은 대부분 견실한 중견기업이어서 그 심각성이 더욱 크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유망한 수출 중소기업들 상당수가 이 같은 키코 등 통화옵션 손실로 흑자도산 위기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특히 최근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키코 관련 평가손실액이 5조원에 달하고 이로 인해 문을 닫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보면 정말 우려스런 상황이다.

문제는 키코 등이 은행과 기업간 사적(私的) 계약으로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키코 손실로 계약 당사자간에 분쟁이 생기면 법원에서 케이스별로 시비를 가리는 것 말고는,정부나 제3자가 나서서 키코 계약 무효화나 은행의 손실 분담 등을 논할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박병원 경제수석이 "키코는 은행과 기업이 풀 문제"라고 못박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키코 피해 규모가 이미 경제 전체에 파장을 몰고 올 만큼 커지고 있어 결코 방치할수만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자칫 지금도 어렵기 짝이 없는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키코로 인한 중소기업 손실을 은행이 떠안아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이 문제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 강구가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急先務)다. 기업들의 손실이 지나치게 커지면 은행권도 그 불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에서도 그렇다. 금융당국은 혹시라도 키코 계약과정에서 불완전판매나 기만 등 불공정행위는 없었는지에 대한 점검을 통해 키코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키코와 같은 장외파생상품에 대해 표준약관 등을 개발하는 등 다각적인 투자자 보호방안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