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의 조승우(28)가 2년 만에 음악 영화 '고고70'(감독 최호ㆍ10월2일 개봉)으로 컴백했다. 1970년대를 풍미한 고고 열풍을 이끈 6인조 '데블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에서 리드 보컬 상규역을 맡아 열연한 것.고고는 재즈와 로큰롤 등에 맞춰 허리를 격렬하게 흔드는 춤.데블스는 당시 풍전호텔 등 서울의 주요 나이트클럽에서 흑인 재즈 소울과 로큰롤 음악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그룹이다.

조승우는 21일 기자와 만나 "이 영화를 밤에 보면 더욱 좋다"며 "관객들이 영화속 밤무대(나이트클럽)와 동일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상규는 울듯이 쏟아내는 소울 크라잉 창법과 개성적인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광란의 무대로 데려간다. 상규가 이끄는 데블스는 야간 통행금지에다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금지하던 억압체제에 저항한 자유혼의 상징으로 그려졌다.

이 작품에서 그는 '젊은이의 꿈'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위험천만해도 자신있게 온 몸으로 달려가는 모습이야말로 모든 젊은이들의 열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상규역은 영화속 캐릭터로 동화돼 늘 새로운 모습을 선보여온 조승우 연기 이력의 정점에 있다.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진 서울의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열창하는 상규는 어두운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투사들의 저항을 연상시킨다. '타짜'의 도박사,'말아톤'의 자폐증 청년,'H'의 연쇄살인마,'하류인생'의 깡패,'도마뱀'의 순진한 청년 등을 연기한 조승우에게서 이전의 배역 흔적을 찾기 어렵다.

지난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전'에서 몽룡역으로 데뷔한 그는 1960대가 주 배경인 '하류인생'과 '클래식' 등에 이어 시대극을 선택했다.

내년 중 개봉 예정인 조승우의 차기작 '불꽃처럼 나비처럼' 배경도 구한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7월 크랭크인한 이 작품에서 그는 명성황후의 호위무사역을 맡아 한 여인을 위해 사랑과 목숨을 바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