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금융긴급점검회의] "외환銀 매각, 정부 신속결정 못해 실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명박 대통령이 주말인 20일 경제 관련 장관 및 금융당국자,청와대 수석들을 긴급 소집해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정부가 '미국발 금융위기'에 적극적인 대응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신뢰의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기 위한 뜻이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금융 위기 파장이 길어지면서 자칫 실물경제에 불똥이 튀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기에 대한 기민한 대처,기업 자금난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을 뿐만 아니라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포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외환은 매각 실기'발언 의도는=이 대통령은 HSBC의 외환은행 인수협상 결렬에 대해 "정부가 신속한 결정을 하지 못해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HSBC와 론스타 간의 협상 결렬의 핵심 원인이 인수가격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은 금융당국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계약 승인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주저하는 사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급기야 계약 파기로까지 이어진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1일 "금융위기가 오지 않았으면 조만간 외환은행 매각이 결판 날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금 빨리 인수가 이뤄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라며 "당국자에 대한 질책이나 책임론을 거론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환은행의 HSBC 매각이 성사됐으면 한국이 외화유치에 우호적이라는 것을 홍보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책임론 공방을 낳을 수 있지만 외환은행 매각에 속도를 붙여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중기 자금난 철저 대비"=이 대통령은 금융위기가 중소기업 흑자도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대비를 하라는 지시도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내외 금융상황이 안정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발생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민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금융당국과 기관들이 개별기업의 상황을 일일이 점검하고 현장을 챙기라고 했다.
최근 은행들이 경기둔화 및 해외차입의 어려움으로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줄이거나 상환 연장 등을 해주지 않는 상황을 우려한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규제 개혁법안 신속 처리를=이 대통령은 금산분리 완화 등 금융규제 개혁법안에 대해 "신속히 처리되도록 당정 간 협조하라"며 힘을 실어줬다. 일각에서 금산분리 완화 및 금융회사 업무영역 확대 법안들이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산업자본이 직접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한도를 4%에서 8~10%로 상향 조정하는 은행법개정안을 비롯해 금융 관련 20여개의 법률 개정 및 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의 신속한 처리 당부에도 불구하고 금융규제 완화법안에 대한 야당의 반발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