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키로 함으로써 공황상태로 치닫던 금융위기는 일단 진정될 계기를 잡았다. 그렇지만 금융위기가 완전 진정될지는 속단할 수 없다.

일단 월가에선 구제금융 투입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 금융회사들이 현재까지 상각한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은 5000억달러 수준.IMF(국제통화기금)가 추정한 최대 상각금액은 1조달러다. 따라서 7000억달러가 추가 투입되면 부실자산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금액이 적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인스티튜셔널 리스크 애널리틱스의 크리스토퍼 웰런 부회장은 "내년 여름까지 자산 규모가 총 8500억달러에 달하는 110개 은행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며 "구제금융을 낙관적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예측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조치로 미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할 가능성은 낮아졌다"면서도 "앞으로 1조1000억달러의 부실자산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적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역경매 방식'에 대한 문제도 지적된다. 역경매 방식에선 정부가 최저가격을 제시한 자산을 우선 매입하게 된다. 따라서 돈이 급한 회사들은 실제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부실자산을 팔려 할 게 분명하다. 만일 매각가격이 턱없이 낮게 정해질 경우 중소 회사들은 생존의 기로에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역경매 방식으로 부실자산 가격이 정해지면 팔지 않은 회사들도 장부가격을 이 수준에 맞춰야 한다. 자칫하면 동반 부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