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자유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은 꽤 오랜 정부 구제금융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파산해 상당한 정치ㆍ경제적 위험이 우려될 경우 마지막 카드로 공적자금 투입을 강행해왔다.

우선 1929년 대공황 이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마다 미 정부는 자금을 투입해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 금융회사들의 마지막 보루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탄생 계기가 된 1907년 은행위기 당시 미 재무부가 수백만달러를 쏟아부은 게 대표적이다.

최근까지도 미 정부의 구제금융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대공황 이후 구제금융의 첫 사례는 1970년대 닉슨 대통령 때다. 미 정부는 자금난을 겪던 록히드항공에 공적자금을 대출해줬고,펜센트럴 철도의 투자자와 경영진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카터 행정부 시절에는 자동차업체 크라이슬러에 15억달러 규모의 대출 보증을 지원했다. 미 정부는 또 1980년 대말 저축대부조합(S&L)의 대규모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대거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투입한 자금은 1230억달러에 달한다.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사태 당시엔 대형 금융사들의 협조융자 형식으로 35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조성토록 해 위기를 넘겼다. FRB도 금리를 인하하면서 경색된 자금시장에 숨통을 터줬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엔 항공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하자 미 의회는 15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대출보증을 업계에 지원했다. 올 들어선 지난 3월 서브프라임 부실 여파로 5대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인 베어스턴스가 파산위험에 처하자 FRB가 나서서 290억달러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JP모건체이스에 합병시켰다. 6개월 뒤 또다시 양대 모기지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며 사실상 국유화시켰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