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 세계 각국이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주를 중심으로 잇달아 공매도 제한조치를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매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2일 "필요하면 공매도 규제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남의 주식을 빌려서 팔거나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미리 파는 행위를 일컫는 것으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게 마련이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제한조치를 내놓은 것은 금융위기와 함께 급증하고 있는 이런 공매도를 막아 주가 급락(急落)을 저지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을 앞당기기 위한 때문임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물론 공매도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주가가 떨어질 요인이 생겼을 때 이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시세가 자연스럽게 조정되게 하는 순기능이 있는 까닭이다. 매수자가 신용융자나 미수를 활용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자 세력과 팔자 세력의 균형을 잡게 하는 측면도 있다. 금융선진국들이 공매도를 허용해온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고, 우리나라가 FTSE선진국지수에 편입된 것 역시 선진국 못지 않은 공매도 제도를 도입한 점 등이 큰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 관련 제도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지금 선진국들마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는 금융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너나없이 공매도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더구나 우리 증시에서는 특정 세력이 공매도를 하면서 의도적으로 상장사들에 대한 악소문을 퍼뜨려 부당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형편 아닌가.

그런 점에서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에 대해 보다 전향적 자세로 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한시적 형태로나마 이를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게 틀림없다. 특히 미국 정부가 1조달러 이상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실시키로 했지만 국제금융시장이 단시일 내에 안정될 수 있을지는 지극히 불투명한데다 우리 금융시장은 외부환경에 취약(脆弱)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