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꽃이 안 팔린 적이 없었어요. 가을철 결혼 대목을 앞두고 예약 판매는커녕 그나마 있는 것도 안 나가 걱정입니다. "

23일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 1층에서 꽃 소매점을 운영하는 김채중씨(44)는 한숨부터 쉬었다. 최근 매출이 작년에 비해 70%나 줄었고 꽃값이 계속 떨어지자 작년 이맘 때 한 단(10송이)에 6000원 받던 장미를 3000원에 내놨다.

최근 고물가와 소비 위축으로 꽃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소비자들이 비싼 생화 대신 조화(造花)를 사거나 아예 저렴한 꽃만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봄 졸업ㆍ입학 시즌에 이어 최대 꽃 성수기인 가을 대목이 다가왔지만 장미 국화 등 꽃값은 1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폭락했다.

온라인 꽃배달업체 플라워몰의 박태중 대표는 "해마다 결혼 시즌인 이맘 때면 꽃값이 서서히 올라 12월에 최고치로 오르는데 올해는 전혀 그런 기미가 안 보인다"며 "최근 꽃 배달 건수가 작년에 비해 30% 줄었고 개업식,결혼 축하연 등에 꼭 쓰였던 행사용 화환도 값만 묻고 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도ㆍ소매 꽃가게가 몰려 있는 양재동 꽃시장에선 5만원 이상 구매시 무료로 배달해 주거나 꽃값만 받고 포장비ㆍ장식품 가격은 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연인끼리 꽃을 주고받는 수요마저 대폭 줄어 울상이다.

장희주 한국화원협회 대표는 "결혼식이 많은 다음 달에 꽃 시장이 얼마만큼 회복될지 모르지만 지금 같아선 별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장미향 인턴(한국외대 3년)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