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텅 빈 대우조선 '실사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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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후보 기업들 "새로운 내용 전혀없어" 허탈
"가격 산정 못해" 産銀에 100여개 정보 추가요구
"거의 회사소개서 수준이네요. " 지난 16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예비실사를 하고 있는 인수 후보기업의 한 임원은 공개된 전산 자료를 살펴보고 크게 실망했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500만원의 수수료를 내고 '데이터룸'에 접근할 수 있는 패스워드와 아이디를 받을 때만 해도 '뭔가 있겠지'하고 기대했지만,뚜껑을 열고 보니 '속빈 강정'이었다는 것이다. 알고 싶은 자료는 없고 알고 있는 자료만 가득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부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기업들이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에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산업은행이 제공한 예비실사 자료만으로는 도저히 '인수 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는 불만이다.
◆"알아서 판단하라는 얘긴지…."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은 대략 5조~7조원 사이를 오르내린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 사내 유보금이 많은 인수 후보기업들조차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냈다가는 '승자의 저주'에 걸릴 우려가 높고,낮은 값을 적어내면 그동안의 고생이 허사가 된다.
인수 후보기업들은 예비실사 자료를 토대로 인수 가격을 뽑아낼 작정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식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인수 후보기업 관계자는 "공개된 정보는 금융감독원 공시 수준밖에 안 된다"며 "특히 부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우조선해양 자회사들의 경영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아예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고 불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각종 명세서 작성 기준일이 지난 3월로 돼 있는 등 예비실사 자료가 부실해 본입찰 때 제시할 가격을 산정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급해진 인수 후보기업들은 개별적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자료를 하나라도 더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해외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까지 직접 찾아가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실제 일부 인수후보 기업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루마니아의 대우조선해양 망갈리아조선소 등을 이미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질문서 만드느라 바빠요"
정보에 목마른 인수 후보기업들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추가 정보 공개를 공식 요청했다. 산업은행도 각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보 공개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각 인수 후보기업이 작성한 추가 질문 항목은 100여개.기업들은 질문서를 통해 △올 상반기까지의 경영 현황 △후판 등 원가 반영 상황 △국내외 자회사 상반기 결산 자료 △환헤지 등 파생상품 연계로 인한 손실 규모 등의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후보기업들은 산업은행의 추가적인 정보 공개와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현황 브리핑도 요청했다. 이달 안에 각 인수 후보기업들의 인수팀장과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약식 '기업설명회'를 하자는 것.
인수 후보기업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숨기려고 일부러 정보 공개를 꺼린다는 '악성루머'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대우조선해양과 자회사들의 정보는 충실히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민/안재석 기자 cmjang@hankyung.com
"가격 산정 못해" 産銀에 100여개 정보 추가요구
"거의 회사소개서 수준이네요. " 지난 16일부터 대우조선해양 예비실사를 하고 있는 인수 후보기업의 한 임원은 공개된 전산 자료를 살펴보고 크게 실망했다.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500만원의 수수료를 내고 '데이터룸'에 접근할 수 있는 패스워드와 아이디를 받을 때만 해도 '뭔가 있겠지'하고 기대했지만,뚜껑을 열고 보니 '속빈 강정'이었다는 것이다. 알고 싶은 자료는 없고 알고 있는 자료만 가득했다고 전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부실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기업들이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에 추가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산업은행이 제공한 예비실사 자료만으로는 도저히 '인수 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는 불만이다.
◆"알아서 판단하라는 얘긴지…."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은 대략 5조~7조원 사이를 오르내린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 사내 유보금이 많은 인수 후보기업들조차 부담이 되는 가격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써냈다가는 '승자의 저주'에 걸릴 우려가 높고,낮은 값을 적어내면 그동안의 고생이 허사가 된다.
인수 후보기업들은 예비실사 자료를 토대로 인수 가격을 뽑아낼 작정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식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인수 후보기업 관계자는 "공개된 정보는 금융감독원 공시 수준밖에 안 된다"며 "특히 부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우조선해양 자회사들의 경영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는 아예 하나도 들어 있지 않다"고 불평했다. 다른 관계자는 "각종 명세서 작성 기준일이 지난 3월로 돼 있는 등 예비실사 자료가 부실해 본입찰 때 제시할 가격을 산정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다급해진 인수 후보기업들은 개별적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한 자료를 하나라도 더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해외에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까지 직접 찾아가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실제 일부 인수후보 기업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루마니아의 대우조선해양 망갈리아조선소 등을 이미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질문서 만드느라 바빠요"
정보에 목마른 인수 후보기업들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추가 정보 공개를 공식 요청했다. 산업은행도 각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보 공개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각 인수 후보기업이 작성한 추가 질문 항목은 100여개.기업들은 질문서를 통해 △올 상반기까지의 경영 현황 △후판 등 원가 반영 상황 △국내외 자회사 상반기 결산 자료 △환헤지 등 파생상품 연계로 인한 손실 규모 등의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후보기업들은 산업은행의 추가적인 정보 공개와 더불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현황 브리핑도 요청했다. 이달 안에 각 인수 후보기업들의 인수팀장과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약식 '기업설명회'를 하자는 것.
인수 후보기업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숨기려고 일부러 정보 공개를 꺼린다는 '악성루머'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대우조선해양과 자회사들의 정보는 충실히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창민/안재석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