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응암동 응암9구역내 재개발 지분(땅과 주택) 26.4㎡(8평)을 갖고 있는 강모씨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작년 1억3000만원에 구입한 지분을 중도금 기일 전까지 팔아야 하는데 영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서다. 지난 3월 관리처분계획인가(재개발 구역 내 지분 자산평가) 때 강씨 지분의 감정평가액은 투자금액에 4300만원이나 못 미치는 8700만원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아파트 79.2㎡(24평)형을 신청한 강씨가 내야 할 추가분담금은 1억6900만원에 달한다.

때문에 관리처분 인가 직후 가격은 1억1000만원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호가가 1억4000만원 선으로 최근 회복했지만 사려는 사람은 없다.


22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조합원 관리처분계획이 끝난 서울지역 재개발 단지들의 경우 지분 매물이 늘고 가격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재개발 사업추진 단계마다 가격이 올랐던 기존 관행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지난 8월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난 성동구 행당동 행당5구역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 행당동 인근 A공인 관계자는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추가분담금을 낼 여력이 없는 조합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조합원들이 1년 전에만 팔았어도 1억원 이상 이익을 봤을 텐데 이제 와서 우리한테 제발 팔아달라고 하소연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매수세는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33평형대에 갈 수 있는 조합원 지분 가격은 5억5000만~6억원 선.관리처분계획 인가 전보다 1000만~2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이 같은 현상은 관리처분인가 이전 단계에서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 거품이 낀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관리처분인가 때 대지지분에 대한 감정평가액이 실제 투자액보다 낮게 결정되고,최근 건축비 상승 등으로 추가분담금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중도금을 내고 있는 재개발 구역들도 최근 대출이 한계에 이른 조합원들이 매물을 던지면서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작년 11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행당동 행당4구역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관리처분 이전 1억5000만원을 투자해 109㎡(33평)형을 배정받은 한 조합원의 경우 3억원가량의 추가분담금을 낼 여력이 없음에도 불구,대출을 받아 계약금과 1~2차 중도금까지 냈다"며 "그러나 이제 대출 한도에 도달하면서 결국 매물로 내놨다"고 말했다.

한편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에 비해서는 아직 저렴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초기지분 매입보다 리스크가 적고 동.호수를 직접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라면 조합원 프리미엄이 떨어지는 지금이 호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년)


< 용어 풀이 >

관리처분계획=재개발사업시행구역 안에 있는 조합원들의 토지,건축물 등의 소유권,전세권,임차권,저당권 등 각종 권리를 감정평가해 재개발 이후 조성될 토지.건물을 받을 수 있도록 배분하는 계획이다. 이 단계에서 조합원이 어떤 아파트를 받게 될지,추가분담금 규모,나중에 정산받을 돈 등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