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겨냥 경제활성화 나설듯
보수세력 수장 … 외교는 실용노선에 무게


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아소 다로 신임 총재를 선출함에 따라 일본 정국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게 됐다. 골수 보수파로 알려져 있지만 외교노선은 실용주의여서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도 나오고 있다.

아소 총재는 아베.후쿠다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증조부 아소 다키치는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으로 악명 높았던 '아소 탄광'의 창업주로 귀족원 의원을 지냈다.

부친인 아소 다카키치도 후쿠오카에서 중의원이었다. 외조부는 종전 후 일본을 재건한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다. 장인은 스즈키 젠코 전 총리이며 처남도 환경상을 지낸 6선 중의원이다.

아소 총재는 '골수 보수파'로 통한다.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했다' '일본은 한글 보급에 공헌했다'는 '망언'으로 한국에선 악명을 떨쳤다. 일본 내에선 서민적인 말투와 독설로 '달변가'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말실수도 잦다. 만화를 좋아하는 자칭 '정계 제1의 오타쿠(마니아)'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아소 총재가 보수.우익 세력의 간판스타라는 점에서 독도나 교과서 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일 관계가 더 껄끄러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외상 시절 합리적으로 일을 추진해왔다는 점을 들어 한.일 관계를 실용적으로 끌어갈 것이란 기대도 있다. '정치인 아소'와 '총리 아소'는 다를 것이란 얘기다.

아소 총재는 한.일의원연맹 소속으로 한국의 정.관계 인사들과도 폭넓은 교류를 해온 지한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런던대학원을 졸업한 국제파인 데다 성격이 솔직 담백해 의외로 한.일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아소 내각은 사실상 선거용 과도 정권이다. 다음 달 중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게 확실시된다. 때문에 관심은 향후 총선거에서 정권 교체 여부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오자와 이치로 대표를 내세워 '정권 교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로선 향방을 단언하기 어렵다.




전문가 분석으론 자민당도 민주당도 '과반 의석(241석)'을 확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민당이 190~210석,민주당은 210~230석 정도를 획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경우 여당이 되려면 군소정당과의 제휴가 불가피하다. 대대적인 정계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분간 일본 정국은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아소 총재는 선거 기간 서민층의 표를 의식해 경기 활성화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총리로 취임하면 재정 확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 활성화 정책을 펴고,반대 여론이 많은 후기고령자 의료보험제도의 재검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협력해 강한 일본의 구현을 위한 외교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