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들이 '법과 원칙'을 잘 따라준 덕분에 기사회생할 수 있었지요. "

오는 11월14일 서울 지하철2호선 동대문운동장역 근처에서 개장하는 쇼핑몰 '굿모닝시티'의 법정관리인 길순홍 사장(64)은 "'그게 아직 안 망했느냐'는 소리를 지금도 듣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굿모닝시티는 2003년 최초 사업 시행자였던 윤창열씨가 3400여명의 분양 계약자로부터 받은 287억원을 횡령하고 정치권에 로비를 한 사기분양사건 '윤창열 게이트'로 좌초위기를 맞았었다.

계약자들의 눈물만 남긴 채 공중분해될 것으로 여겨졌던 굿모닝시티가 살아난 것은 법정관리(회사정리절차법)라는 '체중감량 프로그램'을 잘 통과한 덕분이다. 길 사장은 2003년 10월 관리인으로 부임했다. 그가 처음 맞닥뜨린 굿모닝시티는 44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부실덩어리였다. 계약자들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건물을 완공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길 사장은 고통분담을 제시했다. 분양 계약자들이 윤씨와 기존에 맺었던 계약을 포기하고 추가 부담금을 내는 새로운 화해계약을 하도록 했다. 중도에 계약을 파기하면 총 분양대금의 50%를 몰수하도록 하는 등 가혹한 조건이었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초강수였지만 중도금과 잔금의 90%가 기일 안에 걷혔다. 그런 와중에 길 사장은 회사 운영 방안에 반발하는 계약자들과의 마찰탓에 검찰청 및 경찰서를 밥 먹듯이 드나들었다고 밝혔다.

회사정리절차를 감독한 법원 관계자들은 길 사장이 아니었더라면 사건을 마무리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12부의 이동원 부장판사는 "이해관계자가 많은 쇼핑몰을 완공하는 것은 법정관리 중 특이한 케이스였다"며 "경영마인드가 있는 길 사장이 법원과 호흡을 맞춰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고 말했다.

신동아건설 전무를 역임한 길 사장은 1998년 건영을 회생시킨 데 이어 굿모닝시티까지 성공적으로 살려내 '건설사 회생전문가'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쇼핑몰이 문을 열면 ㈜굿모닝시티는 모든 권한을 관리단에 넘기고 회사정리절차를 종결하게 된다. 길 사장도 떠난다. "이 일이 끝나면 푹 쉴 계획입니다. 평생을 일에 묻혀 살았고 지난 5년간 굿모닝시티를 내 일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생각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몇 년 뒤 잘 운영되고 있는 상가를 찾아볼 겁니다. 커피 한잔 타 주는 사람은 있지 않겠습니까."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