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팔수록 위험하다. 지금부터는 영업축소 모드(mode)다. "

금융회사들이 디마케팅(de-marketingㆍ판매 억제) 체제로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출혈 경쟁을 마다않던 금융회사들이 영업 일선에 판매 '축소'를 장려하고 대출을 억제하는 등 보수적 영업으로 돌아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으로 기존 대출에 대한 부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데다 자금 확보마저 어려워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카드모집인 감소…할부도 줄어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만6675명에 달하던 신한 삼성 현대 롯데 비씨 등 5개 전업계 카드사의 모집인 수가 지난 7월 말 현재 3만9443명으로 15.5% 감소했다. 한때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이며 길거리 영업에 나서 연체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까지 무분별하게 카드를 나눠주던 것과는 딴판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증가세를 보이던 할부 판매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용카드 할부 판매 금액은 지난해 3분기 13조6000억원에서 올 들어 1분기 18조3000억원으로 급상승하다가 2분기에는 16조2000억원으로 10% 이상 줄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3개월 무이자 할부를 할 경우 조달 금리 등을 감안하면 카드사가 연 1.5~2.0%에 해당하는 이자를 비용으로 떠안는다"며 "이 같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이자 할부 마케팅을 축소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 카드사들의 영업활동이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은행들,최대한 대출 자제 지시

은행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최근 본점과 지점 간 거래시 적용하는 내부금리를 인상하고 지점장 전결금리도 폐지하는 등 사실상의 대출 축소 지시를 내렸다. 기존 대출 기업에 대해서는 기한 연장 때 회수율을 높이도록 독려하고 리스크에 따른 가산금리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우리,국민은행 등은 하반기 들어 지점장 평가시 주요 항목이었던 '여신증가액'을 평가 항목에서 제외하거나 축소하고 대신 지점수익의 가중치를 크게 높였다. 신한은행은 사업부문별로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을 하는 경우에도 금리를 더 받도록 하는 내부 지침을 마련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하반기부터 신규 여신을 억제하고 상반기 여신 잔액 수준으로 규모를 유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출혈경쟁을 마다않고 대출세일을 벌이면서 경쟁적으로 자산을 늘려온 은행들이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관리형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마진 우려에 자금 조달 비상

조달금리가 커지면서 역마진에 시달리는 주택금융공사도 신규 취급이 아닌 '갈아타기'를 목적으로 한 2주택자에 대해서는 보금자리론 대출을 중단토록 하는 등 확연히 영업 축소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게다가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은 일부 캐피털 회사는 영업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용경색으로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대출 여력이 감소한 데다 자본 조달 비용이 급상승해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지 않고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도 이미 주 수입원이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취급을 중단한 지 오래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부실을 극소화시키는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심기/유승호/이태훈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