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기업들이 장외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주는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잇따라 결의하고 있다. 현물출자 방식은 실제 돈이 오가지 않으면서도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장외기업 고평가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어 기존 주주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JL에너지(옛 마스타테크론)는 이날 총 240억원 규모로 두 건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연달아 결의했다.

이 회사는 수질오염 개선사업을 영위하는 씨아이바이오텍 지분 29.7%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씨아이바이오텍의 유한종 대표 등을 대상으로 14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마그네슘 신소재 부품업체 엠팩트 지분 10.4%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엠팩트의 정수종 대표를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 증자를 단행키로 했다.

증자 이후 최대주주는 이봉기 대표에서 정수종 대표로 바뀌지만 LJL에너지의 엠팩트 인수 지분이 30%를 넘지 않아 규정상 우회상장은 교묘히 비껴갔다.

현물출자 유상증자는 신주 발행에 따른 주금납입을 부동산이나 지분과 같은 현물로 대체하는 방식이다. 상장사가 신주로 현물을 인수하는 격이어서 요즘처럼 자금조달이 힘들어진 상황에서 애용된다. 지난 9일에도 코스닥기업 엘앤피아너스는 LCD부품 업체 토파즈의 지분 16.0%를 받는 조건으로 141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고,도움도 트레이스 지분 29.1%를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98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미국발 금융위기 속에 코스닥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현물출자 방식은 실제 돈이 오가지 않으면서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고 새로운 사업을 붙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다만 과거 편법 현물출자 우회상장 방식에서 나타났듯이 장외기업이 고평가되면서 주주들에 피해를 끼칠 우려도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장외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되면 신주 발행 규모가 늘어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LJL에너지가 지분을 인수키로 한 엠팩트는 지분 10.4%의 가격이 100억원으로 평가됐다. 상반기 53억원의 매출과 1억8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린 회사의 시가총액이 1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물출자 심사 권한을 가진 법원이 회계법인의 보증만 있으면 기계적으로 너무 쉽게 허용해주고 있다"며 "현물의 가치가 고평가될수록 주식 가치가 희석되면서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