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결혼시즌을 앞두고 혼수 가전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혼수 가전 시장은 연간 약 2조8000억원 규모.이 중 가을에 절반이 넘는 1조5000억원어치의 혼수 가전이 팔려 나간다. 한 부부가 혼수 가전 구입에 쓰는 비용은 평균 600만원 선이다. 올해는 특히 부가 기능이 강화된 제품들이 인기다. 예비 신혼부부들 대부분이 디지털 기기의 사용에 익숙한 '디지털족'이기 때문에 새로 출시된 제품에 어떤 기능이 업그레이드됐는지를 꼼꼼히 따진 후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디자인이 미려한 제품의 강세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주방용 가전제품을 고를 때 화려한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뚜렷하다.

LCD나 PDP TV … 42인치 고화질 선호 뚜렷

혼수 가전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선택하는 제품이 TV다. 가격이 비싼 데다 영화감상 등 여가활동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들은 대부분 액정표시장치(LCD)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고른다. 1~2년 전만해도 LCD와 PDP 중 한쪽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지만 최근에는 부가기능과 화질 쪽으로 구매 기준이 바뀌었다. 품질이 향상되면서 LCD와 PDP의 성능 차이가 희미해진 것이 원인이 됐다.

TV는 화질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고화질(HD)급과 최근 나온 초고화질(풀 HD)급은 가격 차이가 30만~60만원가량 난다. 30인치대 LCD TV는 100만원 내외,40인치대는 120만~150만원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 40인치대의 경우 삼성전자는 40인치 제품을,LG전자는 42인치 제품을 각각 주력상품으로 밀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영상에 민감한 젊은 층일수록 화질과 화면 크기에 민감하다"며 "점차 40인치대 초고화질급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가 기능이 얼마나 탑재됐는지를 따지는 소비자들도 늘어났다.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영화를 볼 수 있고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제품들이 특히 인기다. 생생한 음악과 영화 감상이 가능한 홈시어터를 함께 구입하는 것도 신세대 부부들의 구매 트렌드 중 하나다.

냉장고 고를땐 '디자인'…홈바형 가장많이 찾아

신혼부부들은 냉장고를 고를 때 디자인을 꼼꼼히 따진다. 어떤 냉장고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주방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냉장고 가격은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예비 신혼부부들이 가장 많이 찾는 680ℓ 홈바형 냉장고(냉장실에 홈바가 하나 있는 것)를 기준으로 흰색 양문형 냉장고는 100만원 내외의 가격에 팔린다. 반면 최고급형 인테리어를 갖춘 양문형 냉장고는 200만원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LG전자 관계자는 "대개 흰색 엠보싱,티타늄,인테리어 일반형,인테리어 고급형,인테리어 최고급형 순으로 가격이 비싸진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출시된 냉장고들은 대부분 주방가구보다 깊이가 깊었다. 이 때문에 냉장고가 앞으로 툭 튀어나오는 현상이 발생했다. LG전자는 '아트 슬림 610' 시리즈를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얇은 부품을 사용해 용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깊이를 줄인 것.빌트인 냉장고와 엇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이 같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하우젠 버블 vs 스팀트롬 vs 바람UP ‘기능 싸움’

세탁기는 업체에 따라 세탁 방식의 차이가 크다. 이 때문에 예비 신혼부부들의 선호가 업체별로 극명히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세제를 물에 녹여 빨래를 하던 기존 방식 대신 미세한 비눗방울을 사용해 세탁하는 제품을 선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신제품 '하우젠 버블'은 기존 제품에 비해 물(32%)과 전기사용량(22%),세탁시간(1시간) 등을 모두 줄였다"고 설명했다. 총 15개 모델이 있으며 12㎏ 제품은 159만원이다.

LG전자의 신제품 '스팀 트롬'은 세탁물을 하트모양으로 움직여 빨래감 깊은 곳의 세제농도를 감지한 후 세탁시간,헹굼횟수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갖췄다. 젖은 신발을 말리고 냄새를 제거하는 기능도 있다. 드럼세탁기가 아닌 일반 세탁기 중에는 대우전자의 신제품 '바람UP'이 눈에 띈다. 일반 세탁기면서도 드럼 세탁기처럼 건조가 가능한 것이 이 제품의 특징이다. 운동화 세탁도 가능하다.

청첩장 무료제작…서커스 공연 티켓

이벤트도 풍성


가전업체들은 혼수 가전을 구입하려는 예비부부들을 겨냥,다양한 할인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직영 유통채널인 디지털플라자는 300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청첩장을 무료로 제작해 준다. 구매 가격에 따라 고급 그릇세트,여행용 가방 등도 제공한다.

LG전자는 엑스캔버스(TV),디오스(냉장고),트롬(세탁기) 등의 3대 가전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세계적인 공연기획사 태양의 서커스의 내한 공연인 '알레그리아' 티켓을 증정한다. 신용카드사와 제휴해 미리 제품 가격을 할인해 주고 차후에 포인트로 갚게 하는 이벤트 행사도 진행 중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