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양약품(대표 김동연)이 차세대 위궤양치료제로 개발 중인 '일라프라졸'의 미국 시장 진출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일라프라졸에 대한 기술과 미국 등 해외에서의 판매 권한을 매입한 일본 최대 제약사인 다케다와의 의견 충돌로 의약품을 내놓기 앞서 반드시 실시해야 할 임상시험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일양약품은 다케다 아메리카(전 TAP사)와 일라프라졸에 대한 적정 용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내년 초 미국에서 진행하려던 임상 3상시험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일양약품은 이에 따라 지금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일라프라졸에 대한 모든 임상 자료와 권리를 회수한 뒤 1년 내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를 선정,임상 3상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일라프라졸의 용량을 20㎎ 이하만 투입해도 기존 치료제보다 효능이 우수한데도 다케다 측은 부작용 우려가 높은 40㎎짜리 제품으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자고 주장했다"며 "40㎎으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할 경우 제품 허가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일양약품은 다케다 측이 일라프라졸 대신 자체 개발한 항궤양제인 'TAK390'(성분명 란소프라졸)을 차세대 제품으로 키우기 위해 이런 요구를 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케다는 미국 애보트와 함께 5 대 5의 지분으로 TAP을 설립했으나 최근 애보트가 보유한 TAP의 지분을 전량 인수한 뒤 제품 전략을 새로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양약품은 2005년 7월 TAP과 일라프라졸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단계별로 44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료와 함께 제품화된 후에는 15년간 판매금액의 5~10%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었다. 회사 측은 TAP로부터 받은 기술이전료는 돌려주지 않아도 되며,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승인받은 임상3상 시험 계획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발표로 일양약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일 '일라프라졸에 대한 미국 임상3상 시험이 중단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급락한 데 대해 "특별한 사유는 없다"고 공시한 지 불과 20일 만에 공시내용을 뒤엎는 발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