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주 사장 구속·사임
후임 사장 조만간 선임

이동통신 중계기 납품회사로부터 25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조영주 KTF 사장이 22일 사임했다.

이에 따라 KTF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임하는 등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키로 했다. KTF 납품비리가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되면서 KT그룹이 숙원과제로 추진했던 KT-KTF 합병작업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사회 통한 비상경영체제 가동

조 사장은 이날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직후 대표이사직 사의를 표명했으며 이사회가 이를 수용했다. KTF 이사회 관계자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후임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라며 "새 대표가 선임될 때까지 이사회를 중심으로 경영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F 관계자는 "대표이사 유고시 14일 이내에 새 대표이사를 선임토록 정관에 규정돼 있어 늦어도 내달 초까지 새 대표가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

후임 대표로는 KTF의 비상임 등기이사인 서정수 KT 부사장(기획부문장)이나 권행민 KT 전무(그룹전략CFT장)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조 전사장의 잔여 임기가 내년 3월까지여서 서 부사장이나 권 전무가 비상임 대표이사를 맡고 KTF 경영지원부문장인 김기열 부사장이 직무대행을 맡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3세대 이통시장서 뒤처질까

납품 비리 의혹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이 조 사장 구속에 이어 대표 사임으로 이어지면서 KT와 KTF를 연내에 합병하려던 그룹 전략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유선 통신 1위 업체인 KT와 이동통신 2위 업체인 KTF 간 합병은 통신 시장의 연쇄적인 인수·합병(M&A)을 불러올 '태풍의 핵'이다.

SK텔레콤 LG텔레콤 등을 비롯한 경쟁 업체들의 반발을 우려한 KT와 KTF는 그동안 시장 안팎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물밑작업'을 진행해 왔다. 업계에서는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 이후인 연말께 KT-KTF 합병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KTF가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온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8월 말 현재 KTF는 3세대 시장에서 SK텔레콤(693만명)보다 많은 709만명의 가입자를 확보,1위를 고수하고 있다.

KTF는 연말까지 3세대 가입자를 820만명으로 늘려 1위를 굳힌다는 전략이었다.

한편 KTF의 납품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갑근)는 협력사로부터 수십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조 사장을 이날 구속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홍승면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시한 범죄사실이 구체적인 데다 사안이 무거우며 수사 진행 상황에 비춰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태훈/이해성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