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상 최대 공적자금 투입 추진 소식에 코스피 지수가 이틀 연속 오르고 있지만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는 모습이다.

22일 장중 1488포인트까지 올랐던 코스피 지수는 오전 11시11분 현재 상승 탄력이 0.36%, 1461.05로 떨어졌다.

미국 나스닥 및 S&P 선물지수는 각각 1728.50, 1235.00으로 각각 11포인트 하락하고 있다.

시장이 좀처럼 전폭적인 신뢰감을 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이른바 '뿌린대로 거둘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금융구제안의 향후 전개 방향과 이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가능성, 아직 요원한 주택시장 회복세, 경기 침체 및 실물위기 도래 가능성 등 여러가지 문제가 아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각) "7000억달러의 구재책에 대한 불확실성과 엔화대비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불안감으로 미국 주요 지수선물이 하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한 금융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구제책으로 급박한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실업과 같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지난 금요일 보인 미국 증시의 급등이 일정부분 숏커버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대신증권은 "이번 구제안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미국 국채 발행 한도 금액은 기존 10조6000만달러에서 11조3000만달러 수준으로 높아진다"며 "지급해야 할 이자가 증가해 재정적자 확대가 우려되며 무엇보다 경기둔화 국면에 경기부양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재원 확보가 힘들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경기사이클 상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경기부양책이라는 완충작용 없이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신영증권은 "금융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된다 해도 실물 부문의 동력이 약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파산 처리되는 금융기관이 늘어나면 고용 감소가 부담이 될 것이고, 금융기관이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대출활동을 하기보다 엄격한 태도를 취해 디레버리지가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 "미국 제조업체들의 CDS가 급등하고 있는데, 이는 실적이 감소하는 가운데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못해 향후 적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파산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추가 부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은 모건스탠리의 자구책 성사 여부도 단기적으로 중요 관심사항이라고 판단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구제금융책으로 금융위기가 후퇴하면서 증시가 랠리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국내 시장은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이나 대만 지수가 2% 넘게 오르고 중국 상하이 지수가 8% 넘게 오르고 있는 것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부진한 반등이다. 강한 매수세가 없는 가운데 개인이 반등을 틈 타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반등을 가로막고 있다.

문제의 근원인 주택시장이나 경기의 회복 없이는 시장의 신뢰가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에는 미국 8월 기존주택 매매, 신규주택매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의 지표가 대기하고 있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