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2차 잠정 임금협상 타결안과 관련,현대차 노조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비난 여론이 높다. 노조는 4개월여 협상기간 중 무려 12차례 중복 파업(중앙교섭 및 임금관련 파업)을 벌여 회사 측에 4만4645대의 생산 차질과 6905억원의 매출 손실을 입혔다.

파업 후유증으로 이달 20일로 예정됐던 스포츠카 '제네시스 쿠페'의 출시 행사도 전격 취소됐다. 아반떼ㆍi30ㆍ베르나 등 중소형차는 10만대 이상 해외주문이 밀려 있는 상태다.

노조는 이 같은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도 '성과급 100만원 추가'라는 전리품을 얻어냈다. 파업을 무기로 회사를 압박하면 잇속을 차릴 수 있다는 이기주의가 노조 내에 팽배해 있다는 방증이다. 회사는 이로 인해 지난해 이뤄낸 10년 만의 무분규 타결이라는 기록을 이어가지 못한 채 21년 악성 분규사업장이라는 오명을 다시 뒤집어 쓰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높은 임금 수준에도 불구하고 생산성은 경쟁업체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생산성(2006년 기준)은 경쟁사인 일본 도요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현대차의 1인당 생산대수는 29.6대로 도요타(68.9대)의 4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연봉은 5698만원으로 도요타(5496만원)보다 200여만원 더 많다.

울산 경주지역 중소협력업체의 한 근로자는 "현대차 노조가 '협력업체보다도 임금 인상이 적다'는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1차 임금인상안을 부결시키더니 결국 파업을 무기로 제 욕심을 차렸다"면서 "현대차 노조에는 최소한의 양심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허탈해 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노조 내 강성 조직들이 현대차 임금이 현대중공업보다 적다고 불평하기 전에 1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낸 현대중공업 노조를 배워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재계 관계자는 "직원들의 연 평균 임금이 6000만원을 웃도는 국내 기업 가운데 파업과 태업을 밥먹 듯 벌이는 곳은 현대차가 유일할 것"이라며 "돈은 더 받고 일은 덜 하겠다는 억지가 계속되면 회사와 노조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동안 현대차 노사관계에 말을 아꼈던 박맹우 울산시장도 최근 기업체 임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현대차 파업이 지역경제와 기업체 유치,국가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처방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내 강경파들은 이런 상황에서 주야 10시간씩 일하며 맞교대하는 기존 근무 방식 대신 밤샘 근무 없는 '주간 연속 2교대제(주간 8시간+야간 9시간 근무)'로 바꾸기로 한 합의안에 대해 노동강도만 높이는 것이라며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금은 더 달라고 요구하면서도 근무 시간은 더 줄이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