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23일 기업실적조사기관 IBES의 실적 추정치를 분석한 결과, 미국발 경기후퇴가 신흥시장으로 본격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 데이터 기준으로 IBES집계 기업실적 컨센서스가13개월 연속으로 하향조정됐다”며 “향후 12개월 예상 EPS(주당순이익)를 기준으로 전세계 수치로는 전월비 1.39% 낮아졌는데, 이중 선진국이 1.22%, 신흥시장이 2.57% 떨어졌다며 신흥시장이 전 세계 실적 하향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특히 신흥시장 중에서도 실적이 견조했던 동유럽, 남미, 중동 등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추정치가 13개월 연속 내려갔던 시기에도 잘 버티던 동유럽과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 프론티어 국가들이 이제 선진국 경기둔화 유탄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는 것.

지난 1월부터 이미 하향 추세가 나타난 신흥 아시아국가들은 이번 달에도 추정치가 전월비 3.9% 내려갔다고 전했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 한국, 대만이 각각 2,14%, 5.26%, 6.70% 낮아져 하향 조정 강도가 컸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IT와 유틸리티 섹터가 하향을 주도했는데,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유효수요 둔화라는 큰 명제가 기업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실적 추정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인 수준까지 하락했다는 점은 변함 없다”며 현 주가 수준에서의 하방경직성을 기대했다.

9월 추정치 기준 신흥시장의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8.37배, 한국과 중국의 PER 9배 초반까지 하락해 제로에 가까운 성장을 가정하더라도 매력도가 높다는 분석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