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락세를 보여온 국제유가가 미국 금융쇼크와 맞물려 급등 양상을 펼치면서 반등 양상을 보여온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내외 경제여건 악화로 어려움을 겪어온 국내 경제 상황에 단비 약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아온 유가 하향 안정세가 또다시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폭등이 비정상적인 거래에 기인한 것인 만큼 하향 안정세는 지속될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급증 우려와 달러 약세가 확산되면서 22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주말 종가보다 16.37달러(15.7%) 오른 120.92달러로 마감됐다. 이는 국제원유가 NYMEX에서 거래되기 시작한 1984년 이래 최대폭의 상승세다.

이에 따라 23일 국내 증시에서는 항공, 해운 등 운송주와 여행주들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국제유가 급등세는 정상적인 거래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달러화 약세 등이 유가 상승의 단초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세계 경기후퇴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급등세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유가 향배가 하향 안정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최근 반등한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상승 폭이 크기는 했지만 11월물 거래를 볼 때 아주 심각한 상승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달러가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유가 역시 변동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100달러선에서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도 "올 상반기까지는 국제유가가 금융시장에서 독립변수로써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제는 종속변수정도 밖에 안되는 상황"이라며 "이번 급등도 금융시장 불안과 달러가치 하락이 주요인이었던 만큼 경기부담을 뚫고 추세적 상승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